[남아공 월드컵] 빅리그 국가들 성적 별로네… 세계적 용병들만 끌어모아 자국 유망주들은 성장못해
입력 2010-06-22 17:50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스페인의 프로리그는 각국 스타들이 즐비한 ‘세계 3대 리그’로 불린다. 하지만 남아공월드컵에서 이들 리그를 보유한 국가대표팀 성적은 신통치 않다. 이들 리그에 속한 클럽팀들의 ‘용병 선호-토종 배제’로 대변되는 성적 우선주의가 국가대표 성적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국가대표 전원은 자국 리그에서 뛴다. 하지만 올 시즌 우승한 클럽팀에서 베스트 11로 활약한 선수는 많지 않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팀은 첼시. 하지만 잉글랜드 국가대표 중 남아공에서 제대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는 프랭크 램퍼드와 애슐리 콜, 존 테리뿐이다. 또 한 명의 첼시 멤버인 조 콜은 지난 두 경기에서 벤치에만 있었다. 이탈리아는 더 심하다. 우승팀 인터밀란 멤버는 단 한 명도 없다. 준우승팀 AS로마까지 범위를 확장해 봐도 다니엘레 데로시뿐이다.
최근 컨디션이 가장 좋다고 봐도 무방한 우승팀 멤버가 국가대표에 없는 이유는 간단한다. 뽑을 선수가 없어서다. 인터밀란 1군 중 이탈리아 선수는 73년생으로 전성기가 지난 마르코 마테라치를 포함해 3명이 전부다. 게다가 이들은 주전조차 아니다. 첼시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이런 상황은 각국 대형 클럽팀이 리그 우승컵을 차지하는 데만 골몰, 전 세계적으로 명성 있고 실력 있는 용병 선수를 사 모으기 때문이다. 외국 선수 수입이 늘면서 자국 유망주들이 좋은 팀에 들어가 성장할 기회는 크게 줄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잉글랜드, 이탈리아 국가대표의 수준마저 과거보다 퇴보했다는 지적이다.
각국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이런 점을 들어 클럽을 비난하고 있다. 이탈리아축구협회 지안카를로 아베테 회장은 22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돈이 넘쳐나는 유럽의 대형 클럽들이 세계 수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을 발굴하는 데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 트레버 브루킹도 “지난달 17세 이하 유럽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스페인을 꺾고 우승했던 것처럼 잉글랜드에는 좋은 어린 선수들이 많지만 그들이 국가대표로 성장할 만큼 경험을 쌓을 기회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면 스페인은 잉글랜드, 이탈리아에 비해 이런 경향이 덜해 국가대표 전력 손실도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다. 올 시즌 우승팀 FC바르셀로나 멤버 중 사비와 이니에스타, 푸욜과 피케 등 스페인 국적선수 대부분이 국가대표에 승선했다. 스페인은 첫 경기에서 스위스에 일격을 당했지만 온두라스와의 2차전에서 승리하며 서서히 ‘무적함대’의 위용을 찾아가고 있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