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남미, 거침없는 질주… 유럽, 바람앞의 등불
입력 2010-06-23 01:24
남미 축구가 아프리카까지 정복할까. 모든 대륙 월드컵 우승을 향한 남미의 꿈이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남미 총 5개 나라(브라질 아르헨티나 칠레 우루과이 파라과이) 중 브라질, 우루과이가 16강 티켓을 확보했고 나머지 팀들도 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프랑스가 예선 탈락하는 등 유럽 강호들이 졸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거센 남풍(南風)에 유럽 ‘와르르’=유럽은 초상집 분위기다. E조 1위 네덜란드(2승)를 제외하면 각 조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아트사커’ 프랑스는 22일(한국시간) 남아공과의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1대2로 졌다. 지난 대회 준우승팀이지만 남아공에선 3경기에서 1무2패, 조 최하위로 처참하게 몰락했다. 톱니바퀴 같던 조직력이 사라지면서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남아공과의 대결조차 힘겨워 보였다. 골키퍼 위고 로리스의 눈부신 선방으로 점수차를 줄인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무난한 16강 진출을 자신했던 스페인, 독일(이상 1승1패)은 각각 스위스, 세르비아에 일격을 당해 3차전에 총력을 다해야 하는 처지다. 디펜딩 챔피언 이탈리아, 축구종가 잉글랜드(이상 2무)는 아직까지 첫 승도 신고하지 못했다. 포르투갈이 1승1무로 조 2위인 것이 그나마 나은 성적표다.
반면 G조 1위 브라질은 2연승으로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우루과이도 이날 루스텐버그 로열바포켕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예선 3차전에서 멕시코에 1대0으로 승리하며 20년 만에 16강에 진출했다. 각 조 1위인 아르헨티나와 칠레(이상 2승), 파라과이(1승1무)도 16강 합류 가능성이 높다.
◇남미 약진 이유 ‘날씨가 시차를 이겼다’=남미와 유럽은 그동안 세계 축구를 양분해 왔다. 2006 독일 대회까지 18번의 월드컵에서 정확히 반반씩(9차례) 우승 트로피를 나눠 가졌다.
우승 향방은 개최 대륙에 따라 갈렸다. 1958 스웨덴월드컵(브라질 우승)을 제외하면 유럽에서 열린 대회에선 모두 유럽 국가들이 우승컵을 가져갔다. 반면 비유럽 대회에서는 모두 남미가 휩쓸었다. 남미, 북중미(1986 멕시코·1994 미국), 아시아(2002 한·일) 월드컵에선 남미팀이 우승했다.
판세를 보면 남미가 같은 남반구 대회인 남아공월드컵에서도 정상을 밟지 않을까 하는 전망이 나온다. 남미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에 대해 ‘날씨가 시차를 이겼다’는 분석이다. 남미 선수들은 같은 남반구여서 지금 겨울인 남아공 기후에 쉽게 적응하고 있다. 반면 남아공과 경도가 비슷한 유럽 선수들은 큰 시차 없이 이번 대회를 치르지만 남미 선수들만큼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