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변재운] 북한팀 응원 열기 뜨거웠는데
입력 2010-06-22 17:42
브라질전에서 1대 2로 선전하며 기대를 모았던 북한이 그제 포르투갈전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졌다. 0대 7의 스코어는 남아공 월드컵의 최다 골 차로 기록될 듯하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팀에 대한 우리 국민의 응원 열기다. 이날 오후 8시30분에 시작된 북한-포르투갈전 시청률은 무려 23.3%에 달했다. 10% 안팎에 머무르는 같은 시간대 다른 국가들 경기의 배 수준이다. 16일 브라질전도 새벽 3시30분에 벌어졌음에도 7.3%를 기록했다. 같은 날 황금시간대인 오후 8시30분 온두라스-칠레전이 9.4%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것이다.
천안함 사건으로 남북관계가 긴장되고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개념 부활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북한 응원 열기는 의아하기까지 하다. 한쪽으로는 대북 강경대응을 부르짖으면서 한쪽으로는 북한이 16강에 진출하기를 기원하고 있으니 어색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철모르는 아이들만 북한을 응원하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6일 북한이 브라질에 패하자 안타까운 표정으로 “북한이 2대 1로 이겼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참모들이 전했다.
하지만 드러내놓고 북한을 응원하기에는 뭔가 미묘한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차범근 월드컵 해설위원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솔직히 말해 북한 선수들에게 애정이 간다”면서 “그러나 북한팀에 애정을 갖고 해설을 하면 안 된다고 해서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비록 정치적으로는 적대관계지만 핏줄을 나눈 민족에 대한 감정은 어쩔 수 없음을 느꼈다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김정일이라는 것이다. 포르투갈에 대패하자 사람들은 “어릴 때 얼마나 못 먹였으면 저렇게 뒷심이 없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북한은 지금 주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급까지 포기했고 지방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들이 속출한다고 한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김정일이 빨리 죽어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진다고 하는데 어찌 그러지 않을까.
핵개발에만 매달리는 북한의 야욕을 대화나 제재로 단념시키기는 너무 늦었으며,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의 정권교체를 유도해야 한다고 미 국방부 슐티 부차관보가 최근 주장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일 텐데, 어떻게든 그런 기적 같은 일이 빨리 일어났으면 좋겠다.
변재운 논설위원 jwb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