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연숙] 숨바꼭질? 보물찾기

입력 2010-06-22 17:38


습관이란 정말 지독한 것 같다. 일주일에 세 가지 일, 세 개의 바퀴를 굴려야 했을 때는 균형 잡기조차 버거웠는데, 하나가 없어진 지난 주 내내 뭔가 허전한 느낌을 주체할 수가 없다. 고통스러웠던 편도선도 많이 가라앉았고 골치 아픈 일도 해결되어 마음이 가벼운 일요일 점심, 어디론가 가야 할 것만 같아 갑작스럽게 목적지를 정하지도 못한채 밖으로 나왔다.

하지만 마음은 가보지 않은 곳을 찾고 있었다. 엘비스 프레슬리 기념관이다. 이 기념관은 과연 이런 곳에 있을까 싶은 그런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다. 기념관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은 등산로로 이어지기 때문에, 마음먹고 찾지 않거나 엘비스에게 관심이 없다면 외면 받기 좋은 곳에 있다.

방송 작가이자 취향을 종잡을 수 없는 후배 한 명이 이 기념관을 다녀온 소감을 침 튀기며 얘기한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기념관은 간혹 콧바람을 살짝 쐬고 싶을 때 들렀던 길에 있어서 쉽게 기억이 났다.

기념관으로 향하는 낮은 언덕으로 올라가는 길에 엘비스의 노래가 들려온다. 기념관 밖에는 영어로 ‘엘비스 프레슬리 75회 생일 기념 파티’라고 쓰인 철지난 현수막이 엘비스 프레슬리의 고장에 온 것처럼 느끼게 한다.

마당 안팎으로 엘비스 프레슬리와 관련 있어 보이는 차들이 여러 대 보인다. 그러고 보니 저 차들이 바로 그녀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했던 것 중 하나라는 걸 알겠다. 그녀는 흥분해서 말했다. “제가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골짜기까지 들어간 보람이 있었어요. 엘비스가 타던 차도 있는데, 그 차는 엘비스가 공연 다닐 때 이용하던 버스래요. 정말 끝내주죠!”

이렇게 말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데 이 곳은 동호회 차원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기념관이다. 차량을 포함한 많은 전시품들이 동호회 회원들이 수집한 것이란다. 그리고 회원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저씨들의 스케일은 하도 커서 버스마저 살 수 있을 정도라는 후배의 설명이 새삼 기억난다.

기념관 건물로 들어서는 문에 “예약하신 분만 들어오실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있고 문은 굳게 닫혀 있다.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산들바람과 어우러진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가 상쾌하다.

기념관 홈페이지는 “엘비스의 노래와 모습에서 아름다운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여 잃어버린 꿈을 찾으시고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어 행복한 나날이 될 수 있도록 엘비스 기념관은 이상의 실현을 위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한다.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아니 일탈을 위해 감행했는지도 모르지만 나의 변화된 일상이 엘비스와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찾게 한 것은 분명하다. 간혹 이런 시간들이 숨바꼭질 아니면 보물찾기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엘비스를 좋아하는 그들은 오늘도 자기 자신을 재발견하고 잃어버린 꿈을 찾기 위해 보물찾기를 하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김연숙 출판도시문화재단 기획홍보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