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은행대출 위험관리 대체 어찌 했기에

입력 2010-06-23 00:08

우리은행의 리스크 관리체계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가 크게 우려되는 상황인데 우리은행이 그 부끄러운 주역이 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우리은행 신탁사업부문은 2002년 6월부터 2008년 6월까지 시행사가 발행한 총 4조2000억원어치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매입약정을 체결했다. 매입약정이란 시행사가 발행한 ABCP를 갚지 못할 때 이를 해당 은행이 대신 갚아주거나 대출로 전환해주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지급보증이나 다름없다.

문제는 매입약정을 체결하기 전 당연히 거쳐야 할 내부 여신협의회를 통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른바 편법 지급보증을 선 것이다. 우리은행은 PF 사업을 주관하면서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매입약정이란 수단을 편법 동원한 것으로 보인다.

편법의 끝은 참담했다. 21일 현재 우리은행 신탁사업단이 취급하고 있는 부동산 PF 가운데 부실화로 사후 관리에 들어간 사업장은 9곳으로 대출금액은 924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우리은행은 지난해에만 29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했고 올 5월말까지 2000억원의 추가 충당금을 쌓았다. 추가 충당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라니 한심한 노릇이다.

그런가하면 우리금융지주 산하 경남은행에서는 부장급 간부가 2008년 10월부터 지난 4월까지 부동산 PF에 대해 4400억원의 허위 지급보증을 했다가 적발된 일도 있었다. 은행의 법인 인감을 도용해 문서를 위조했지만 정작 경남은행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모두가 담당자들의 도덕적 해이와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결과다.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이 투입돼 2001년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로 출발한 우리금융이 부실을 딛고 꾸준히 총자산과 당기순익을 늘려온 것은 분명 칭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산하 은행들이 이처럼 기강이 흐트러져 있다면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난이다.

차제에 우리금융지주를 비롯, 우리·경남은행은 부실한 리스크 관리체계를 철저하게 다잡아야 할 것이다. 감독 당국의 점검도 더욱 강화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