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요계 표절 스캔들 이효리로 끝내라

입력 2010-06-22 17:39

표절은 남의 지적 생산물을 훔쳐서 자기 것처럼 표현하는 행위이다. 이는 법률위반일 뿐 아니라 도덕성이 관련된 문제다. 출판계에서 성행하다가 학계의 논문 자기표절 문제로 시끄럽더니 이제 대중문화계로 불씨가 옮겨 붙은 형국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말도 많고 탈이 많은 곳이 가요계다.

최근 가수 이효리의 4집 앨범을 두고 벌어지는 표절 논란은 우리의 문화산업을 보여주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무명도 아닌 국내 톱 가수의 음반에 수록된 14곡 가운데 무려 6곡이 표절 의혹을 받았고 이 중 2곡은 외국 곡을 베낀 것으로 시인함으로써 책임론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작곡가다. 곡을 제공한 바누스는 외국음악을 교묘하게 짜깁기해 신곡인 양 포장함으로써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음으로는 이 음반의 프로듀싱을 맡은 이효리다. 그의 음악을 좋아하는 수많은 팬들이 실망하는 것도 그가 이 음반에서 가수 이상의 책임있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음반을 낸 엠넷의 역할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 기획사에서 자사 대표 가수의 신보를 이토록 허술하게 관리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가요계의 표절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표절논란이 일 때마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뒷거래를 통해 합의로 끝내는 관행이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 법원에서 표절에 대한 기준이 나오지 않았다. 1999년 공연윤리위원회 폐지 이후 표절을 심의하는 공식 기구가 없어진 만큼 법원의 판결을 통해 명시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 기댈 곳은 작곡가의 양심과 자존심이다. 표절은 본인뿐 아니라 가요계 전체의 신뢰를 갉아먹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과거와 달리 요즘 어지간한 베끼기와 훔치기는 인터넷 감시망에 다 잡힌다. 우리 음악이 외국에 진출하기 위해서라도 표절이 발붙이지 못하는 창작윤리가 확립돼야 한다. 표절공화국의 오명을 지고는 문화 선진국의 문턱에도 오르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