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준비, 눈앞 고수익에 현혹말고 멀리 길게 보라

입력 2010-06-22 17:36


올해는 퇴직연금제가 도입된 지 5년째 되는 해다. 특히 퇴직금 운용방법의 하나로, 퇴직급여충당금을 사외 금융기관에 예치해 근로자 퇴직 시 연금지급을 유도하기 위해 1999년 도입된 퇴직보험(신탁)이 올해 말에 폐지된다. 내년부터 퇴직보험(신탁)은 퇴직연금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만료되는 퇴직보험 적립금은 물론 퇴직연금제로 속속 전환하는 회사들의 적립금 운용권을 따내기 위해 금융회사들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종의 특성과 개인 금융자산 정도 등을 꼼꼼히 살펴 퇴직연금제도 유형을 우선 선택해야 하며, 그 다음에는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연금사업자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안전중시 DB형 편중=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별도로 근로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노사합의로 가입하는 기업복지제도이다. 근로자 재직기간 중 퇴직금 지급재원을 외부의 금융기관에 적립하고, 이를 사용자(기업) 또는 근로자의 지시에 따라 운용하여 근로자 퇴직 시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한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형(DB형·Defined Benefit)과 확정기여형(DC형·Defined Contribution),개인퇴직계좌(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로 구분된다. 근로자가 퇴직 시에 수령할 퇴직급여가 근무기간과 평균임금에 의해 사전적으로 확정되어 있는 제도가 DB형이다. 사용자가 적립금을 직접 운용하므로 운용결과에 따라 사용자가 납입해야 할 부담금 수준이 변동될 수 있다.

DC형은 사용자가 매년 근로자 연간 임금의 1/12 이상을 부담금으로 납부하고, 근로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결정한다. 근로자의 적립금 운영성과에 따라 퇴직 후의 연금 수령액이 증가 또는 감소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적립금 운용과 관련한 위험을 근로자가 부담하게 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4월 현재 은행 증권 보험사 등 53개 연금사업자가 영업 중이다. 제도 유형별로는 DB형 적립금이 11조2984억원으로 67.4%에 달한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안전중시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금융권별로는 은행권이 8조3951억원으로 전체의 49.9%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생보(5조400억원,30.1%), 증권(2조3218억원,13.8%) 손보(1조455억원,6.2%)가 그 뒤를 잇고 있다.

◇“단기 수익률에 현혹말라”=우선 회사와 근로자는 기업의 특성에 맞춰 DB형과 DC형 등 퇴직연금 유형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DB형은 급여산정 방식이 근속연수에 퇴직 전 3개월 평균 월급을 곱해 결정되는 퇴직금과 같다. 그래서 근로자 근속기간이 길고 이직률이 낮은 기업에 유리하다. 부채가 많은 기업의 경우 회사는 DC형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 개인의 자산 보유 정도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는데, 금융자산이 어느 정도 있어 ‘고위험, 고수익’을 바라지 않는 근로자는 운용 리스크를 회사 측에서 지는 DB형이 유리하다.

이직률이 높은 직종에서 일하는 근로자라면 DC형이 낫다. 직장을 옮기더라도 퇴직연금계정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급여상승률이 높은 기업에 근무한다면 DB형이 수익률에서 유리하고, 급여상승률이 높지 않다면 높은 운용수익률을 낼 가능성이 있는 DC형이 유리할 수 있다.

제도 유형 못지않게, 어떤 면에서는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연금사업자 선정이다. 퇴직연금 사업자는 수십 년 이상 적립금을 맡아 운용해야 하므로 단기나 일시적으로 높은 운용수익률에 현혹돼서는 안된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 손성동 연구실장은 “운용기간이 장기이므로 기업의 사정이 여러 차례 변할 수 있는데 이를 제때 반영해 컨설팅 등 다양하고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간의 고수익 보다는 기업과 근로자에게 혜택을 주려는 목적의식 아래 지속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업체를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배병우 김정현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