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대7…북한 ‘악몽의 리턴매치’, 포르투갈전 대회 최다골 차 참패

입력 2010-06-22 00:13

44년 만의 설욕을 외쳤지만 세계의 벽은 너무 높았다. 북한은 전반전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후반전 급격한 체력 저하와 함께 조직력이 무너져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북한은 21일(한국시간) 그린포인트 경기장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G조 2차전에서 후반에만 6골을 내주며 포르투갈에 0대 7로 대패했다.

북한은 ‘아시아의 루니’ 정대세(가와사키)와 홍영조(로스토프), 문인국(4·25축구단)을 전방에 내세웠다. 정대세 혼자만 전진 배치했던 브라질전과 달리 공격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는 전략이었다. 북한 김정훈 감독의 전술은 맞아떨어지는 듯 보였고 선제골을 내주긴 했지만 전반전엔 포르투갈과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며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화력은 북한의 방어선이 막아내기엔 너무도 강력했다. 전반 29분 메이렐르스는 북한 수비 뒤쪽으로 돌아들어가면서 2선에서 찔러주는 패스를 놓치지 않고 1대 1 찬스에서 침착하게 골로 연결시켰다. 북한은 전반 종료가 가까워질수록 역습을 시작하는 첫 패스가 차단되면서 일방적인 수세에 몰려 후반전 대량 실점을 예고했다.

후반 2분 포르투갈은 티아구(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강력한 중거리슛을 시도하며 공격 재개를 알렸다. 북한은 홍영조가 곧바로 중거리슛으로 응수했지만 저항은 거기까지였다. 장대비가 쏟아진 경기장은 흠뻑 젖었고 사력을 다한 북한 수비진은 후반 초반부터 체력저하를 노출했다. 후반 8분 북한 수비수들은 우구 알메이다와 메이렐르스의 2대 1 패스를 막아내지 못했고 메이렐르스의 패스를 받은 시망(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이 추가골을 터뜨리며 급격히 경기가 기울었다. 2골을 허용한 북한은 수비 전술을 버리고 미드필더를 끌어올려 공격에 나섰지만 균형이 무너져 참패를 불렀다.

후반 10분 북한의 오른쪽을 파고든 파비우 코엔트랑의 크로스가 알메이다의 머리에 걸리며 세번째 골로 이어졌다. 이후 북한 선수들은 완전히 사기가 꺾였고 경기는 포르투갈의 화력 시범으로 바뀌었다. 포르투갈은 14분, 25분, 42분, 44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종횡무진 북한 진영을 누빈 호날두는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지난해 2월 핀란드와의 친선경기 이후 16개월 만에 첫 A매치 득점을 기록했다.

정대세는 경기가 끝난 뒤 “상대가 좋았고 우리 실수가 많아 정말 혼났다”며 “1966년의 복수를 하려고 마음먹었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응원한 분들께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정훈 감독은 “실점하고 나서 득점하겠다는 욕망이 컸다. 대형이 헝클어지면서 상대 공격을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평양의 반응과 관련해서는 “우리 정부는 ‘아직 한 경기가 남았다. 마지막 경기를 잘 치르라’고 격려의 말을 전할 것”이라며 “목적은 달성할 수 없게 됐지만 정신적으로 가다듬고 전술적으로 세분화해 마지막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관중석에서는 1966년 잉글랜드 대회 8강에서 북한을 상대로 4골을 몰아넣으며 5대 3 승리를 이끌었던 포르투갈의 영웅 에우제비오가 경기를 관전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