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산 어린이재단 회장 별세… 소외 어린이들의 아버지로 평생 헌신
입력 2010-06-21 19:23
“저는 후원자들의 후원금으로 배움의 기회를 얻었고, 후원자들이 보내준 글에서 사랑을 받고 자랐습니다. 저에게는 낳아주신 부모님도 계시지만, 저를 키워준 후원자님들 또한 부모입니다. 제가 어린이재단 회장으로서 우리아이들을 위해 평생 사회복지의 외길을 걷게 된 것은 바로 운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외된 어린이들의 아버지로 평생을 헌신해온 김석산 어린이재단 회장이 20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69세. 고(故) 김 회장은 한국 사회복지의 산증인이었다.
고인은 1941년 일본 규슈에서 태어나 광복과 동시에 가족과 함께 귀국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대전의 아동시설 천양원에서 자랐다. 63년부터 48년간 어린이재단에 근무하며 사무총장, 부회장 등을 거쳐 95년부터 회장으로 헌신했다. 부모 없는 설움을 잘 아는 고인은 “나도 커서 나처럼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평생을 살겠다”는 사명으로 어린이재단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돌봤다.
고인은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청소년들에게 잠자리와 먹을 것을 주고 근로청소년들에게는 자립자금을 지원했다. 그는 또 어린이재단이 미국 기독교아동복리회(CCF)의 지원을 받는 외원기관에서 자력으로 국내아동을 돕는 민간기관으로의 자립을 주도했다. 지금까지 8300여명의 미아가 가족의 품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152만명의 빈곤아동의 자립을 도왔다.
지난해에는 사회복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유족으로 부인 이종숙 여사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23일 오전 9시(02-2072-2011).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