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맞는 말이긴 한데 영∼ 재미가 없네… ‘너무 뻔한’ 사극 줄줄이 참패

입력 2010-06-21 19:23


KBS 1TV 사극이 계몽성을 강조하느라 대중성을 놓친 ‘교육용 드라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올해 KBS가 부활시킨 1TV 사극(주말 오후 9시40분) ‘명가’ ‘거상 김만덕’은 평균 시청률 12%(AGB닐슨 미디어리서치)를 기록하며 쓸쓸히 종영했다. 이 때문에 19일 새로 시작한 ‘전우’ 또한 반공주의나 반전과 같은 주제의식이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지 못할 경우 전작의 실패를 답습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사극에서 주제의식이 강화된 데는 공영방송의 정체성 강화에 주안점을 둔 KBS 사내 분위기와 맞물린다. 방송의 사회 선도적 역할이 강조되면서 사극의 오락적 역할보다 계몽에 중점을 둔 것이다. KBS 시청자위원회 이문원 위원은 “거상 김만덕과 명가 등 1TV의 사극은 부자의 도덕, 정의를 주제로 한다. 이는 자극적인 소재를 배제하고 계몽을 이끄는 공영방송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줄거리의 전개 방식이 뻔해 드라마 속에 교훈이 녹아들지 못한다는 점이다. ‘명가’의 주제는 줄거리가 전개되면서 이해되는 게 아니라 등장인물의 설명적인 대사를 통해서 전달된다.

‘거상 김만덕’에서도 김만덕(이미연)이 딱딱한 교훈을 대사로 읊는다. 또한 주인공이 도덕성, 정의에 대한 내적 갈등이 없이 언제나 올바른 행동으로 모든 일을 쉽게 해결하는 점도 재미를 반감시켰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 두 작품에서는 위기의 코드가 다 읽힐 정도로 뻔한 과제를 설정해놓고, 주인공들이 문제를 너무나 쉽게 해결해버려 김이 빠졌다. 그들이 왜 도덕을 지키는지, 어떻게 인내했는지를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그저 그들의 대사와 전지전능한 능력에 기댄 성공은 아무런 교훈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거상 김만덕’의 후속드라마 ‘전우’는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시대극이다. 1950년 6·25를 소재로 하며 반전과 평화를 이야기한다. 국군 분대장 이현중(최수종)을 중심으로 한 전우들의 우정과 북 인민군 장교인 이수경(이태란)과의 안타까운 사랑 이야기 속에서 평화의 소중함과 반전의식을 드러낸다는 계획이다.

윤석진 충남대 국문학과 교수는 “동족간의 전쟁, 그로 인한 이별, 전장에서의 우정 등은 통상적으로 한국전쟁 관련 이야기에서 숱하게 들어온 소재다. 자칫하면 뻔한 드라마에 교과서적인 대사만 넘쳐나는 ‘교육용 드라마’에 그칠 우려가 있다”면서 “드라마가 교훈을 주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대중과 호흡하지 못한다면 일방적인 주장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