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안팎 쓰면 깨끗한 선거여…”
입력 2010-06-21 21:48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과거처럼 돈 쓰는 전당대회여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술이나 밥 먹이기, 골프 스폰서 등을 하지 마라”고 덧붙였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의원회관 주변에서는 하루 종일 돈 선거 무용담이 쏟아져 나왔다. 당 내부 경선 출마 경험이 있는 한 의원은 선거가 닥치면 돈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일단 출마 선언을 하면 대의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지역의 브로커들이 사무실로 숱하게 찾아온다. 이들 중에는 ‘뻥’을 치는 인사도 있지만 영향력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아 ‘활동비’를 안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브로커의 능력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이 오갔다고 한다. 몇 년 전 전대에 나온 모 후보 측은 브로커가 1만명에 육박했고, 이들에게 수십억원을 뿌렸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브로커보다 더 잘 챙겨줘야 할 사람은 지역위원장들이다. 지역에 인사를 다닐 때 대의원들을 식당에 모아주기도 하고, 또 선거 당일 버스를 대절해 상경시키는 일을 도맡아 하는데 ‘거마비’나 ‘밥값’ 없이 부탁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특히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더블’을 부르는 경우도 많다.
당내 선거라도 후보자들이 대의원들에게 밥을 사면 선거법 위반이다. 이 때문에 편법이 자주 동원된다. 한 후보 측은 “식당에 선관위 직원들이 들이닥칠까봐 모금함 몇 개를 놓고 밥을 먹는다”며 “하지만 밥값은 수백만원이지만 모금함에 걷히는 돈은 채 몇 만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실 관계자도 “고기를 먹이고 라면값을 받는 셈”이라고 했다.
불법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아예 후보자가 시·도당 또는 지역위원회에 당 관계자 자격으로 ‘공식 격려금’을 전달하고 그 돈으로 경비를 충당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게 되면 도당이나 지역위원회가 후보자를 초청해 지역인사들과 만나게 해주고 자체 비용으로 밥값을 계산하는 형식이 되기 때문이다.
돈 선거 관련 흑색선전도 많다. 2년 전 당 대표 경선에 나왔던 A후보 측은 특정 지역에서 ‘A후보가 지역의 핵심 대의원들에게 100만원씩 줬다더라’는 소문이 퍼져 곤욕을 치렀다. 다른 대의원들이 “왜 나만 빼놓느냐. 나는 핵심이 아니냐”고 따졌고, 아무리 ‘주지 않았다’고 해명해도 믿지 않더라는 것이다. 타 후보 측에서 퍼뜨린 악성 소문이었다.
당 주변에서는 이번 전대에서도 후보당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십수억원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지역위원회가 240여곳인 점을 감안하면 그 정도만 써도 깨끗한 선거라는 자조 섞인 푸념도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