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 가격경쟁 불붙었다… 점유율 하락 현대차, 세단값 최대 502만원 내려

입력 2010-06-21 19:21


국내 자동차 시장에 가격경쟁 바람이 불고 있다. 수입차의 가격인하 공세에 이어 국내 자동차 업계도 할인경쟁에 동참하고 나섰다. 몇 년간 내수시장에서 독주하다시피 하면서 차값을 매년 올렸던 현대자동차는 최근 출시된 일부 모델을 중심으로 가격을 내렸다. 밖으로는 수입차의 가격 도전에, 안으로는 기아차의 추격이 만만찮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가격인하=매년 신차나 연식을 변경한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가격을 올려온 현대차가 가격인하에 나섰다. 현대차는 최근 그랜저 탄생 24주년 기념 모델을 출시하면서 기존 럭셔리 모델과 럭셔리 스마트 팩 모델을 100만∼111만원 인하했다. 특히 럭셔리 모델의 경우 버튼시동장치, 슈퍼비전클러스터 같은 사양을 추가하면서 실제 가격인하 효과가 140만원에 달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또 지난달 제네시스 럭셔리 VIP 팩 모델에 대해 가격을 502만원 인하했다. 2011년형 신형 쏘나타에 대해서도 사양을 고급화해 모델별로 41만∼56만원가량 가격인하 효과를 유도했다.

현대차가 중·대형차 가격을 일제히 내린 것은 내수시장 점유율이 하락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아차와 함께 내수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가격을 올려왔으나 경쟁업체들이 선전하면서 더 이상 성능과 디자인을 앞세운 고가 전략만으론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내수시장 점유율 목표를 50%로 정했지만 달성할지 의문이다. 지난달 내수 점유율은 42.5%로, 2008년 9월(4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실제 그랜저의 경우 지난달 판매량은 2229대로, 기아차 K7에 4개월 연속 뒤졌다.

◇수입차도 가격공세=올 들어 일본 및 독일 업체들은 신차 출시와 함께 가격인하를 잇따라 단행하고 있다. 과거엔 ‘수입차=비싼차’로 인식됐지만 요즘은 달라졌다. 닛산은 올 1월 초 뉴 알티마 신모델을 출시하면서 2.5 모델은 300만원, 3.5 모델은 290만원 내렸다. 뉴 알티마의 지난 1∼5월 판매량은 1117대로, 지난해 전체(594대)보다 두 배가량 팔렸다. 닛산 프리미엄 브랜드 인피니티 역시 지난달 올 뉴 인피니티M(M37)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270만∼500만원씩 내렸다. 기존 M35보다 성능과 편의사양이 좋아졌지만 스탠더드는 6220만원에서 5950만원, 프리미엄은 6790만원에서 6290만원으로 인하됐다.

BMW도 지난 4월 뉴 5시리즈를 출시하면서 528 모델의 경우 2003년 출시된 구형 모델보다 100만원 인하했다. BMW 관계자는 “아시아에서는 5시리즈를 한국에 최초로 출시한 만큼 고사양의 제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할인혜택을 통한 실질적인 가격인하 효과도 눈에 띈다. 한국도요타는 이달 중 렉서스 고객에 등록세 대납, 재구매 고객 현금지원 등을 통해 최대 1400만원의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혼다코리아도 어코드를 사면 2%의 취득세를, 시빅 하이브리드를 사면 300만원 상당의 주유상품권을 지원해준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