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값 담합 조사 싸고 신경전… 농식품부 “농업 특수성… 선처를”
입력 2010-06-21 19:21
낙농가 보호냐, 소비자 후생이냐.
농림수산식품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우유값 담합 조사를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우유값은 국민 소비생활 및 물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안이어서 처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낙농가를 대변하는 농식품부는 제조업과 다른 낙농업의 특수성을 인정해 달라고 주장하는 반면 경쟁을 통한 소비자 후생을 중시하는 공정위는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며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2008년 9월 축산·낙농가들이 우유 제조업체에 공급하는 우유(시유) 가격을 인상한 이후 우유 제조업체들이 시중 우유 판매가를 담합해 올렸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농식품부가 최근 선처를 당부하는 입장을 공정위에 전달했고, 낙농육우협회도 탄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21일 “공정위가 우유가격 담합 여부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해야 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농업의 특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게 농식품부의 입장”이라며 “공정위와 농식품부 간 부처 협의에 농식품부 관계자가 참석해 이러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의 입장은 우선 일반 제조업과 낙농업은 동일한 잣대로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공정위가 담합으로 보고 있는 우유 감아팔기(낙농업자가 큰 용량의 원유를 팔 때 작은 용량의 원유를 덤으로 끼워주는 것)는 낙농가의 채산성을 감안해 중단한 것이지 담합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교섭력이 약한 낙농업자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정당한 가격을 보장받기 위한 일정 수준의 협의를 담합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낙농육우협회도 “거래 교섭력의 우위를 우유업체가 점하고 있는 시장구조를 감안할 때 우유업체에 부과될 과징금의 최종적인 부담은 낙농농민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개별 산업의 특성을 인정하기에 앞서 가격담합이 있었느냐가 이번 사건의 관건”이라며 “원칙대로 조사한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산업별 특수성을 인정하게 되면 사실상 담합을 묵인하는 결과가 되고, 이미 과징금을 부과한 업체들과의 형평성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