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엄벌, 범죄 예방효과 적다”… 15년 미만 복역자 재범 많아

입력 2010-06-21 21:28


조두순, 김수철 사건 등 흉악 범죄의 형량을 대폭 높이는 방향으로 형법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단순한 엄벌주의로는 범죄 억제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법원행정처 이인석 판사는 최근 개최된 한국형사법학회 하계학술회의 발표문을 통해 “흉악범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형량을 올리는 것보다 교도소 내 재사회화와 엄격한 가석방 심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그 근거로 15년 이상 장기복역자의 재범 비율보다 15년 미만의 중·단기 복역자의 재범 비율이 훨씬 높다는 점을 들었다. 2009년 법무부 법무연감에 따르면 2004년 출소자 2만9875명 중 출소 후 3년 내에 다시 범죄를 저질러 재복역한 범죄자는 6772명으로 재복역률이 22.7%였다. 1년 미만의 징역형을 산 범죄자의 재복역률은 14.5%, 1년 이상 5년 미만의 징역을 산 범죄자의 재복역률은 26.1%였다. 5년 이상 10년 미만의 징역형을 산 범죄자의 재복역률은 38.8%, 10년 이상 15년 미만의 징역을 산 범죄자의 재복역률은 42.9%에 달했다.

그러나 15년 이상 20년 미만의 징역을 산 복역자의 재복역률은 15.2%, 20년 이상 복역자의 재복역률은 3.9%에 그쳤다. 이는 1년 이상∼15년 미만 형을 산 범죄자가 흉악 범죄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형법 개정으로 유기징역 상한이 크게 높아져도 재범을 억제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형법은 흉악범을 격리시키기 위해 유기징역 상한을 현행 15년에서 30년(가중 시 현행 25년에서 50년으로 상향)으로 올렸다. 하지만 지금의 형사정책으로는 30∼50년의 중형을 선고해 흉악범을 반영구적으로 격리시켜도 15년 미만으로 복역한 범죄자군에서 언제든 새 흉악범이 재생산될 수 있다.

이 판사는 대안으로 가석방이나 가출소의 엄격한 심사 및 교도소의 재사회화 기능 강화를 제시했다. 징역형의 형량을 높여 재범을 막는 것보다 교도소 내 재사회화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가석방의 최소복역기간을 현행 형기의 3분의 1에서 3분의 2로 상향조정하는 등 가석방 조건을 강화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