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죽어도 선제골은 못 내줘!”… 허정무호, 나이지리아전 대비 도상훈련 마쳐
입력 2010-06-21 21:47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이 나이지리아전에서 벌어질 수 있는 모든 상황에 대비한 도상 훈련을 마쳤다.
21일(한국시간) 더반 프린세스 마고고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대표팀 훈련에 참가한 수비라인 최고참 이영표(33·알 힐랄)는 “나이지리아전에서 우리가 원하는 상황이, 원하지 않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이 일어나더라도 그 상황을 바꾸고 유지할 수 있는 팀의 능력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영표가 얘기한 원하지 않는 상황이란 두 가지 경우다. 먼저 나이지리아전에서 한국이 나이지리아에 선제골을 허용해 끌려가는 것을 말한다. 한국은 나이지리아에 0대 1로만 패해도 무조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 현재 한국은 승점 3(1승1패·골득실 -1), 나이지리아는 승점 0(2패·골득실 -2)다. 만일 한국이 나이지리아에 0대 1로 지면 한국, 나이지리아가 똑같이 1승2패가 되나 골득실에서 나이지리아(-1)가 한국(-2)을 앞서게 된다. 한국은 이미 2승을 거둔 아르헨티나에도 뒤지므로 귀국 보따리를 싸야 한다.
따라서 나이지리아전에서 가장 좋은 것은 한국이 먼저 골을 넣고 승리하는 것이지만 최소한 나이지리아에 패하는 경기를 해선 안 된다는 게 이영표 발언의 취지다. 무엇보다 선제골을 내주지 않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 원하지 않는 상황은 아르헨티나-그리스전에서 그리스가 앞서나가는 경우다. 한국-나이지리아전과 같은 시간에 열리는 이 경기에서 만일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기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그라운드에서 뛰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비상이 걸린다.
그리스는 아르헨티나에 승리할 경우 아르헨티나와 똑같이 2승1패(승점 6)가 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나이지리아를 무조건 이겨 일단 2승1패 동률을 만든 뒤 골득실을 따져야 한다.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이긴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그리스가 아르헨티나전에서 몇 골차 승리를 거두느냐(골득실), 상황에 따라서는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몇 골을 넣느냐(다득점)까지 고려해야 한다.
현재 한국과 그리스는 승점(3), 골득실(-1)까지 같고 다득점에서만 한국(3골)이 그리스(2골)를 앞서고 있다. 따라서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2골차 앞서면 한국도 나이지리아에 2골차 이상 승리를 거둬야만 16강에 올라간다. 허정무호 공격수들 움직임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아르헨티나-그리스전 경기 도중 상황을 나이지리아전을 치르고 있는 태극전사들에게 알려주기로 했다. 이기고도 골득실에 밀려 탈락하는 최악의 상황을 막을 수 있어서다.
대표팀 관계자는 “한국-나이지리아전, 아르헨티나-그리스전 전반전이 끝났을 때 각 경기 스코어가 대단히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도 2경기 전반전 스코어에 따라 나이지리아 후반전 경기 운영이 달라진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더반=이용훈 기자 co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