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전 감독의 나이지리아전 조언… 기억하라, 첫째도 침착 둘째도 침착
입력 2010-06-21 18:18
한국의 16강 진출 여부가 달린 나이지리아전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도 20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를 떠나 나이지리아전이 열릴 더반에 도착했습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더반 공항 활주로에 비행기 바퀴가 닿는 순간 느낌이 좋았습니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 1대 3으로 패한 뒤 다음 경기 불가리아전을 준비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당시에는 사흘 간격으로 조별리그 경기가 있었는데, 그때는 제가 감독이어서 우리 선수들에게 “아르헨티나는 잊고 불가리아만 생각하자”고 독려했습니다.
지금의 대표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16강에 가기 위한 경우의 수가 많으나 허정무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등 국제대회 조별리그를 치러본 경험이 풍부해 그 누구보다 현재의 상황을 잘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아프리카팀 한번 무너지면 끝장
나이지리아전과 관련한 제 소견 몇 가지를 국민일보 독자들께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우리 대표팀에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나이지리아에 대한 철저한 분석입니다. 나이지리아의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 역이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나이지리아는 1차전 아르헨티나, 2차전 그리스와의 경기에서 모두 패했습니다. 적어도 팀 사기가 상승하는 분위기는 아닙니다. 한국전만은 반드시 이겨 기적적으로 16강에 오르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쳐 있을 수도 있지만 제 경험상 아프리카팀은 한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다시 쉽게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쫓기면 서두르게 됩니다. 나이지리아 선수들은 한국전에서 조급함을 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점을 충분히 이용해야 합니다. 마음이 급한 나이지리아와 달리 우리 선수들은 절대 차분해야 합니다.
상대 수비수들 체력 소진시켜야
나이지리아는 2차전 그리스전에서 선수 1명이 퇴장당해 한국전에 뛰지 못합니다. 수비수 2명도 부상 중이어서 100% 제 컨디션이 아닙니다. 상대가 베스트 11로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점은 우리에겐 대단히 유리한 조건입니다. 저도 감독 생활을 하면서 베스트 11을 가동하지 못할 때의 초조함을 여러 차례 느껴봤습니다.
나이지리아는 그리스전에서 10명의 선수가 뛰었습니다. 나이지리아 선수가 그리스전에서 퇴장당한 시점이 후반전이 아닌 전반전이어서 남은 10명은 더욱 더 많이 움직여야 했습니다. 선수 1명의 공백이 가져오는 다른 선수들의 체력적 부담은 생각보다 큽니다. 한국전에 나설 나이지리아 선수들의 체력이 우리보다 결코 낫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공과 상관없이 많이 움직여야 합니다. 특히 나이지리아 문전 앞에서의 활기찬 움직임이 중요합니다. 경기 시작부터 나이지리아 수비수들의 체력을 차근차근 소진시키면 후반 중반 이후에는 골 찬스가 여러 차례 올 것입니다.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 후배들이 나이지리아를 꺾어 역대 원정 월드컵 조별리그 최고 성적인 2승1패로 당당하게 16강에 오르기를 기대합니다.
더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