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李 “본회의 표결” 고수땐 격돌 불가피… 세종시 수정안 ‘출구전략’ 둘러싸고 여야 공방
입력 2010-06-21 21:51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처리가 임박하면서 ‘출구전략’을 둘러싼 여야 간 공방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여야가 상임위에서 세종시를 안락사시킬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상임위 부결 시 본회의 표결 처리’라는 돌발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여야 간 격돌이 불가피해지는 양상이다. 여야는 21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에서 저마다 논리를 앞세우며 공방을 벌였다. 장외 신경전도 뜨거웠다.
◇국회 국토위 공방=국토위에서 친이계 의원들은 세종시 수정안을 고수하는 한편 본회의 상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상임위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폐기되면 그것으로 매듭짓자며 여당의 본회의 표결 처리 방안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민주당 유선호 의원은 “지방선거를 통해 세종시 수정안은 사실상 국민적 명령으로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정부 여당이 스스로 수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선진당 변웅전 의원도 “상임위에서 부결됐다고 본회의장으로 가져간다면 상임위가 존재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나라당 소속 송광호 국토위원장은 “여야 원내수석들이 합의할 당시 상임위에서 ‘표결한다’고 표현했지, 이 법안을 폐기한다는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국토위는 22일 전체회의에서 세종시 수정안과 관련된 4개 법안을 심의할 계획이다. 여당은 일단 여야 간 합의가 된 만큼 국토위에서 표결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국토위에서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되면 여당이 본회의 상정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은 국토위 상정 저지나 법안심사소위로 넘겨 고사시키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어 수정안을 둘러싼 대치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
◇여권 주류는 ‘본회의 표결’ 군불=여권 주류에서는 연일 본회의 표결안에 군불을 지폈다. 권태신 국무총리실장은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수정안이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국회 본회의에서 모든 의원들이 의견을 낼 수 있으면 좋겠다”며 본회의 표결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이군현 한나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라디오에 출연해 “세종시 문제는 중요한 법안이기 때문에 전체 국회의원들이 소신껏 투표를 해서 의사를 밝히고 역사에 남기는 것이 정당하다고 본다”며 “전체 국회의원 뜻을 물으려면 본회의에서 묻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세종시 수정안 추진 실패의 책임을 야당과 여당 내 친박근혜계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청와대는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겠다고 하지만, 이는 누가 반대하는지 파악해 2012년 총선의 살생부에 기록해 놓겠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한 친박계 의원도 “충청 주민들 사이에서 수정안 무산에 대한 원성이 나오면 이를 정부가 아니라 다른 쪽으로 돌리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말했다.
◇야권은 공동 저지 나서=세종시 수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막기 위한 야권의 공동 대응 움직임도 본격화됐다. 민주, 선진, 민노, 창조한국, 진보신당 등 야5당과 시민단체 5곳은 국회 본청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세종시 수정안 철회 및 원안 이행 등 5개항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야권 요구안에는 정운찬 총리 등 수정 추진 관계자 전원 해임과 세종시기획단·민간합동위원회 해체, 원주민 등 피해지역 보상, 정부 이전기관 고시 이행, 세종시 사업추진계획 전면 보완 등이 담겼다.
한장희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