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참 아름다운’ 아이스크림 가게… 1호점 ‘달콤한 꿈’ 오픈

입력 2010-06-21 21:20


아프리카 르완다라는 이름을 들으면 대부분 사람은 내전으로 인한 1994년의 대학살을 떠올릴 것이다. 살아남은 르완다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우리에겐 음식과 깨끗한 물만큼이나 재미, 즐거움, 기쁨, 웃음이 필요합니다.”

오딜 카키레 카테세 르완다 국립대 교수는 2년 전 미국 뉴욕의 유기농 아이스크림 체인 ‘블루 마블’의 공동창업자 알렉시스 미센과 제니 둔다스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행복, 사랑, 생명 이런 말은 까마득히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아이들마저 행복이란 건 없다고 생각하고 사랑이 뭔지 모른 채 살아가요. 살아남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기쁨을 맛볼 순 없을까요. 잠시라도 비극을 잊고 인생의 달콤함을 경험할 수 있다면, 우리가 화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이스크림 가게가 필요한 곳은 뉴욕이 아니라 르완다입니다.”

카테세 교수는 대학살 사건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과 고아들을 위해 2004년 ‘인고마 은쉬야’라는 공연단체를 결성했다. 카테세 교수는 여성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르완다에선 남자만 칠 수 있는 북을 연주하게 했다. 종족이 다르고 나이가 다른 여성들이 북을 치면서 화합하고 서로를 이해해 갔다. 르완다 일대는 물론 미국과 유럽을 돌며 이들은 공연을 했다. ‘인고마 은쉬야’는 100여명의 여성이 참여하는 큰 공연단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이들에겐 당장 먹고사는 게 절실했다. 하지만 우연히 블루 마블 공동창업자와 만난 카테세 교수는 아이스크림 가게야말로 르완다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설득했다. 미센과 둔다스는 “행복과 번영을 선물한다”는 사업 목적을 실천하기로 했다.

지난 5일 르완다 제2의 도시 부타레 근교의 한 건물에 ‘달콤한 꿈’이라는 뜻의 ‘인조지 은지자’라는 간판이 내걸렸다. 이 가게의 메뉴는 딸기맛과 크림맛 아이스크림. 르완다의 첫 토종 아이스크림 가게다.

블루 마블에서 창업자금을 지원하고, 이 지역 민간단체인 ‘평화를 위한 사업협의회’가 창업교육을 담당했다. 가게 운영은 ‘인고마 은쉬야’의 여성 단원들이 맡았다.

‘인조지 은지자’는 르완다에서 생산된 우유와 과일을 재료로 100% 현지에서 만든다. 수익은 르완다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더 많은 아이스크림 가게를 만드는 데 투자할 예정이다.

돈벌이만이 목적은 아니다. 햄프셔 대학의 수전 톰슨 교수는 “르완다처럼 극심한 갈등을 겪은 사회가 사회적 유대감을 회복하려면 사람들이 부담 없이 모여 이해와 신뢰를 넓혀갈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데, 아이스크림 가게야말로 여기에 딱 맞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제1호점 개업식에는 ‘인고마 은쉬야’의 공연이 펼쳐졌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우렁찬 북소리를 들으며 달콤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물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이 광경을 본 카테세 교수는 “누구나 웃을 권리가 있다는 걸 우리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며 “이 사업은 벌써 성공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