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골프 오바마… BP 나무랄 자격 있나

입력 2010-06-21 19:16

‘오바마는 골프, BP 최고경영자는 요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 역사상 최악의 환경 재앙으로 기록되고 있는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가 두 달째 계속되던 지난 19일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쯤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공군기지 골프장에서 조 바이든 부통령, 마빈 니콜슨 백악관 출장담당 국장, 데이비드 카츠 에너지부 에너지효율 홍보담당 국장과 함께 5시간여 동안 골프를 즐겼다고 정치전문 매체인 ‘더 힐’이 20일 폭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주일 전인 12일에도 레이 러후드 교통장관과 니콜슨 국장, 카츠 국장과 한 팀을 이뤄 골프 라운딩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18일엔 시카고 레드삭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야구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이날(19일)은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CEO)가 영국 남부 와이트 섬 근처에서 열린 요트경기 관람을 위해 휴가를 낸 날이기도 하다. “헤이워드가 저질러 온 많은 실수 가운데 하나”라며 맹공을 퍼부었던 백악관으로선 ‘오바마 골프’로 하루 만에 입을 다물어야 했다. 결국 정부 측과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 유발 회사의 최고책임자 모두 ‘도덕적 해이’ 논란에 빠진 셈이다. 미국 네티즌들은 “과연 백악관이 영국 석유회사 헤이워드의 요트경기 관람을 비난할 자격이 있느냐”고 꼬집었다.

한편 BP는 멕시코만 해저 유정에 있는 폭발방지기를 제거했을 경우 원유 유출량이 하루 최고 10만 배럴(1589만ℓ)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BP는 유정에서 발생하는 이상 압력으로 인한 폭발을 막는 폭발방지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이 주변으로 원유가 유출되는 것으로 알려지자 지난달 폭발방지기 수리와 교체를 검토한 바 있다.

미국 하원 에너지·환경 소위원회 에드 마키 위원장이 공개한 BP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악의 경우 하루 유출되는 원유량이 5만5000∼10만 배럴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고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는 미 정부 조사단이 최근 발표한 추정치 하루 6만 배럴보다 훨씬 많은 양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