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4000억대 부동산 PF 대출 비리
입력 2010-06-22 00:18
경남은행에 이어 우리은행에서도 대규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비리가 발생했다. 두 은행 모두 우리금융지주 소속이다. 이 같은 비리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동산 PF 시행사의 지급불능 사태가 확산되자 투자자들이 지급보증을 한 우리은행에 채권을 매입해주도록 요청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우리은행 신탁사업본부가 2002년 6월 1일부터 2008년 6월 30일까지 부동산 PF 49건(4조2335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면서 은행 내규인 여신업무지침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21일 밝혔다. 지급보증 때 여신협의회 승인 등을 받아야 하지만 신탁사업단장 전결로 기한이익 상실 등이 발생하면 대출채권을 사주겠다는 약정을 체결했다.
금감원 조영제 일반은행서비스국장은 “PF 대출 시 제2 금융권이 브리지론(연계자금) 역할을 담당하는데 우리은행이 매입 약정 형태로 지급보증을 섰다. 부외거래로 해서 기록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지난해 종합검사에서 적발돼 문책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6월 말 현재 1947억원을 손실로 처리하고, 2000억원 정도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4조2335억원 가운데 1조원가량이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찰은 부동산 PF 시행사가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에 지급보증을 서주고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우리은행 직원 2명을 수사 중이다. 이들 직원이 지급보증한 PF 가운데 부실이 발생한 곳은 중국 베이징 소재 상업용 건물 PF 1200억원과 양재동 물류센터 PF 1800억원, 기타 3∼4개 PF 1000억원 등 모두 4000억원 규모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6월 우리은행 종합검사에서 신탁사업단이 맺은 일부 계약에서 배임 혐의를 확인, 관련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우리은행은 같은 해 9월 신탁사업단장을 해임하고, 신탁사업부장 2명을 지점 전보 조치했으며, 담당 팀장 2명을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담당 팀장 2명에게 횡령 혐의가 추가됐다.
경남은행에 이어 우리금융그룹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에서도 금융사고가 발생해 리스크 관리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탁사업단의 거래를 승인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가 은행 대출을 심사하는 여신협의회가 아닌 신탁사업단 내 부동산투자협의회였던 점도 사고 예방을 어렵게 했다.
앞서 경남은행의 부장급 간부는 은행 직인을 위조해 허위 지급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PF 시행사에 최소 1000억원 이상을 불법 대출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