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대형 호재’ 금융시장 환호하지만… 위안화 절상 ‘회의론’도 커진다
입력 2010-06-21 18:32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강력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9일 내놓은 ‘환율 변동의 탄력성을 높인다’는 간략한 내용의 보도자료는 위안화 절상이라는 대형 호재로 인식됐다.
목말랐던 금융시장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연중 최대 폭인 30.6원 하락한 1172.0원으로 마감했다. 증시도 순풍을 탔다. 지지부진하던 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보다 27.73포인트(1.62%) 오른 1739.68로 거래를 마쳤다. 금융·건설주를 빼고는 모두 수혜주라는 장밋빛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기대감의 이면에서 회의론이 자라났다. 오는 26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내놓은 ‘정치 쇼’라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절상 기대감이 지나치게 높아지자 “현재 환율이 크게 바뀔 상황이 아니다”라고 찬물을 끼얹었다.
시장 참여자들은 혼란스러워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호재에 기뻐하고 있지만 과연 절상을 하기는 한다는 건가. 위안화가 어디로 갈지 정말 모르겠다”고 말했다.
◇커지는 회의론=인민은행은 20일 성명을 통해 “환율이 크게 움직이는 것은 중국 경제와 금융 안정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위안화 개혁 약속이 반드시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 절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이 때문에 로이터통신은 ‘중국이 과연 약속을 이행하겠느냐’는 회의감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유럽의 재정위기가 계속되면 위안화 절상은 더뎌질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유로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올 들어 유로화에 대한 위안화 가치는 16.5% 상승했다. 앉은 채로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 수출경쟁력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코트라 베이징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의 박한진 부장은 “단기간에 뚜렷한 절상이 나올 가능성은 별로 없다. 유럽 경제가 회복되면서 달러가 분산되고, 중국의 무역흑자 폭이 크게 늘어날 때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래도 절상으로 간다=국내 전문가들은 위안화가 절상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와 내수 부양을 위해 위안화 가치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시장 기대치를 충족하지는 못하겠지만’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았다. 이미 상당 폭의 절상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달러화 대비 위안 환율을 6.82위안 부근에서 고정하는 사실상 페그제(고정환율제)를 운영해 왔다. 이 때문에 금융위기로 다른 통화가 약세를 보이자 위안화는 2008년 7월 이후 유로화에 대해 28%, 엔화에 대해 -15%, 원화에 대해 20%가량 절상됐다.
여기에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국) 재정위기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어 절상 폭이 연간 3% 미만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큰 틀에서 보면 2005년 절상 때와 비슷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점진적으로, 소폭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연간 3% 미만으로 절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2005년 7월 위안화 가치를 단번에 2.1% 절상한 뒤 1년 동안 통화가치를 4.3% 올렸었다.
삼성선물 전승지 애널리스트는 “시장 기대만큼 단번에 크게 위안화 가치를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며 “가파른 절상보다는 점진적인 절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찬희 기자,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