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가혹행위 혐의 경관 5명 영장… “묵인 정황 포착되면 서장 등 지휘라인도 소환”
입력 2010-06-21 21:21
서울 양천경찰서의 피의자 가혹행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홍우)는 21일 피의자들을 폭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독직폭행)로 성모(40) 경위 등 양천서 강력5팀 소속 경찰관 5명 전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성 경위 등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3월 말까지 여죄 자백 등을 받아내기 위해 강력팀 사무실과 경찰서로 연행하는 호송차량 안에서 피의자 22명을 구타한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관 5명의 신병처리 여부를 검토한 끝에 전원 처벌키로 했다”며 “사안이 매우 중하고 일부 피해자는 상해를 입은 데다 가해자가 경찰관이어서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경찰관 5명 중 폭행을 지시하거나 주도한 2∼3명만 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들의 혐의가 무겁다고 판단해 전원 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앞서 성 경위 등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소환해 15시간가량 조사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피의자들을 검거할 때 저항이 심해 물리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대질신문과 CCTV 영상 확인으로 이어진 조사 과정에서 가혹행위 사실을 시인했다.
이해식 전 양천서 형사과장은 “강력 5팀장이 아침에 전화를 걸어와 ‘일부 사실을 시인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미리 말씀드릴 걸 그랬다. 정말 죄송하다’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4월 1일 경찰서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제보를 받고 양천서 조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양천서의 CCTV 자료를 압수수색하고 고문 장면을 확인했다. 검찰은 압수수색한 서버에서 일부 녹화 기록이 누락된 경위도 집중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서장이나 형사과장 등 지휘 라인의 개입 혹은 묵인 정황이 포착되면 이들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일부 가혹행위가 확인됐다. 심려를 끼쳐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가혹행위가 성과주의와 연관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자백을 받아 밝혀진 범죄에 대한 실적 점수를 낮추는 등 평가체제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실적도 좋지만 가혹행위를 통해 실적을 올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피의자 검거부터 호송, 유치장 입감, 송치 때까지 제도적으로 가혹행위가 불가능하도록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다음주 중 긴급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일선 경찰서 직원을 대상으로 실적 압박 등에 대한 실태를 조사할 방침이다.
이경원 엄기영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