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콩가루 프랑스’ 한때 훈련 거부… 감독에 욕설한 아넬카 퇴출 반발

입력 2010-06-22 00:13

“우리 팀 좀 어떻게 해주세요.”

대통령까지 나서서 읍소했다. 자중지란에 빠진 프랑스 축구대표팀 얘기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내분에 빠진 대표팀에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고 로잘린 바슐로 프랑스 체육장관이 21일 전했다. 바슐로 장관은 “대통령은 국민들이 대표팀의 현 상황에 분개하고 있으며, (선수들이) 품위에 맞는 행동을 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스트라이커 니콜라 아넬카는 지난 18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와의 조별예선 2차전 휴식시간 레몽 도메네크 감독에게 폭언을 했다는 이유로 20일 대표팀에서 퇴출됐다.

다음날인 21일에는 베이스캠프인 남아공 나이즈나의 훈련장에서 주장 파트리스 에브라가 트레이너와 말다툼을 벌인 끝에 선수단 전체를 이끌고 숙소로 돌아갔다. 트레이너도 훈련장을 떠났다.

에브라는 “프랑스 축구협회가 우리를 보호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지 않은 채 언론에 난 이야기만으로 (아넬카를 쫓아내는) 결정을 내렸다. 선수단은 협회 결정에 항의하려고 오늘 훈련을 거부한다”고 적은 쪽지를 도메네크 감독에게 남겼다. 이에 분개한 장 루이 발랑탱 프랑스 대표팀 단장은 “대표팀과 협회, 프랑스인 모두에게 수치스런 일”이라며 “나도 끝이다. 협회에서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전직 대표팀 선수들은 거칠게 비난했다. “팀에 제 정신을 가진 사람이 없다. 미국 드라마 ‘X-파일’을 보는 것 같다. 이건 거의 공상과학소설(SF)이다.”(전 대표팀 수비수 빅상테 리자라쥐) “프로답지 못하다. 부끄럽고 한심하다. 참을 수 없는 상황.”(전 대표팀 수비수 엠미뉴엘 프티)

이 같은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대표선수들은 이날 오후 다시 훈련장으로 돌아왔다. 도메네크 감독이 코칭스태프와 이야기하는 동안 21명의 선수들이 훈련장을 뛰고 있었다고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가 전했다.

FIFA 랭킹 6위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우루과이와 0대 0으로 비긴 데 이어 멕시코와 2차전에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대 2로 패하며 조별예선 탈락이 유력한 상황이다. 프랑스가 위기를 탈출하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까.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