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 ‘이름값’… 코트디부아르 완파하고 16강

입력 2010-06-21 17:57

명불허전(名不虛傳). ‘영원한 우승후보’ 브라질이 우승후보 자격을 경기력으로 증명했다.

브라질은 21일(한국시간)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프리카의 강호 코트디부아르와의 조별 예선 2차전에서 3대 1로 승리했다. 브라질은 이번 대회 최고 죽음의 조로 꼽히는 G조에서도 2경기 만에 16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브라질은 강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 전통의 유럽 강호들이 힘을 못 쓰고 있는 남아공월드컵에서 브라질은 아르헨티나와 함께 남미 강세를 이끌고 있다.

‘하얀 펠레’ 카카(레알 마드리드)는 첫 번째 골과 세 번째 골을 만들어 낸 창의적인 송곳 패스로 브라질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25분, 후반 6분에 선제골과 두 번째 골을 기록하며 팀 승리에 기여한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는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됐다. 지난 1차전 북한과의 대결에서 골을 넣은 엘라누(갈라타사라이)는 2차전에서도 세 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2게임 연속 골 맛을 봤다.

코트디부아르는 후반 34분 디디에 드로그바(첼시)의 골을 시작으로 막판 맹공을 퍼부었지만 브라질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이 승부는 선수들의 활약보다는 심판의 미숙한 경기운영 때문에 후세에 기억될 듯하다. 수비수 세 명을 제치며 골 망을 가른 파비아누의 두 번째 슛엔 팔이 쓰였다. 트래핑하던 공이 팔에 닿았고 이후 수비수를 제치려고 띄운 공도 팔 근처에 맞았다. 명백하게 팔을 사용한 반칙이지만 주심은 이를 보지 못 했다.

브라질도 웃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력의 핵 카카가 퇴장으로 다음 경기에 출장할 수 없다. 카카는 경기 후반 양팀 선수 간 신경전을 벌이던 중 첫 옐로카드를 받았고 3분 뒤 상대 카데르 케이타(갈라타사라이)를 때렸다는 이유로 경고를 한 장 더 받고 퇴장당했다. 카카의 팔꿈치는 케이타의 가슴팍에 닿았지만 정작 케이타는 얼굴을 감싸며 쓰러졌고 할리우드 액션에 속은 주심이 옐로카드를 꺼내들고 말았다.

매너있는 플레이로 유명한 카카로선 억울하다. 그는 “공정하지 않은 판정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항변했다. 카카는 2003년 이탈리아 AC밀란으로 이적한 이후 한 차례도 퇴장당한 적이 없다. 국가대표 경기에서도 첫 퇴장이다.

카카의 3차전 결장은 축구팬에게도 불운이다. 예선 최대 빅매치로 꼽히는 조별예선 다음 경기 포르투갈 전에서 레알 마드리드 팀 동료이자 몸값이 가장 비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의 정면 대결이 물 건너갔기 때문이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