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실 건설사 사주책임 끝까지 물어라

입력 2010-06-21 17:48

구조조정 대상이 될 부실 건설업체 명단이 곧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연합회는 시공능력 상위 300위권 건설사에 대한 채권은행의 신용위험 평가 결과를 오는 25일쯤 발표할 예정이다. 평가 결과 C등급은 워크아웃, D등급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데 금융권에서는 C나 D등급 업체가 15∼20개 정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과 채권은행들은 부실기업 심사를 할 때마다 ‘철저한 심사’와 ‘엄격한 잣대’를 강조해 왔다.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엄격히 묻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이번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도 엄격하게 진행하고 부실책임도 분명하게 가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으면 이번에도 ‘쾌도난마(快刀亂麻)’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수가 예상보다 적은데다 그나마 C등급은 주로 시공능력 상위 100위권 안에서 나오고 D등급은 하위권 건설사들이 받게 될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분석이다. 결국 부도 직전에 놓인 소형 건설사들만 추려내는 셈이다. 옥석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으니 지난해의 경우 A, B등급을 받은 건설사 중에서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업체들이 속출했다.

신용위험 평가의 목적은 시장의 건전성 확보다. 한탕주의를 노린 건설사들의 난립은 주택시장을 교란시키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처리하는 것만이 국내 건설업계가 살고 시장이 사는 길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 17일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무책임하게 주택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많은 이들에게 부담을 준 건설사는 도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위기를 초래한 업체들에 정부가 ‘연착륙’의 명분으로 미분양 주택을 사주는 등 온정적 조치를 베푸는 것은 업계에 잘못된 신호를 줌으로써 시장의 병만 깊게 할 뿐이다.

건설사들에 대한 과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로 부실을 자초한 저축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방만경영에 대한 혹독한 제재가 가해지지 않으면 폐해는 반복될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