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야간집회 무제한 허용할 작정인가
입력 2010-06-21 17:48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한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는 이달 30일 자정을 기해 효력을 상실한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이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법 개정 시한을 이날로 못 박은 때문이다. 여야가 그때까지 대체입법을 하지 않으면 새벽이나 한밤에 옥외집회를 해도 이를 막거나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어진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은 24시간 아무 때나 옥외집회를 무제한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해 진 후∼해 뜨기 전으로 돼 있는 현재의 옥외집회 금지 시간이 과도하므로 이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라는 주문이다. 입법권은 국회에 속하는 만큼 시간을 특정하지는 못하지만 국민 의견을 수렴해 사회가 용인하고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옥외집회 금지 시간을 새로 정하라는 취지다.
문제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시각차가 커 이달 내 법 개정 전망이 매우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한나라당은 옥외집회 금지 시간을 ‘오후 10시∼다음날 오전 6시’로 개정하자는데 반해 민주당은 시간을 특정하는 것은 국민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맞서고 있다. 다만 주거지역, 학교, 군사시설 등 일부 지역에 한해 자정∼다음날 오전 6시까지 금지하자는 입장이다. 이들 지역은 현행법으로도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곳이다. 민주당 주장은 사실상 야간 옥외집회를 전면 허용하자는 것으로 헌재 결정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또 하나 걱정은 야당이 집시법 개정을 세종시 수정안 처리와 4대강 사업 등 핵심 쟁점과 연계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법 개정 지연으로 법원의 집시법 관련 재판은 엉망이 돼 버렸다. 재판부에 따라 무죄와 유죄로 판결이 갈리고, 상당수 재판이 중단되는 등 법적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는 최대한 보장돼야 하지만 심야 시간에 국한해 옥외집회를 제한하는 것은 사회 질서유지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야당이 끝내 비협조적으로 나올 경우 한나라당은 법 절차에 따라 이달 안에 집시법 개정을 마무리해 여당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