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초청 기도회 반대 토론회 및 기자회견 "부시보다는 카터가 왔으면 좋았을 것"
입력 2010-06-21 17:38
“한국 기독교인 사이에 평화를 보는 시각의 차이가 갈수록 커지는 것 같습니다.”(감리교신학대학교 이정배 교수)
21일 오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는 ‘평화’를 주제로 한 토론회와 기자회견이 있었다. 두 행사 모두 22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연사로 초청한 가운데 열릴 ‘6·25전쟁 60주년 평화기도회’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다.
두 행사는 한국기독자교수협의회, YMCA 생명평화센터, 감신대 기독교통합연구소, 성공회대 신학연구원, 한신대 신학연구소, 한국기독청년협의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생명선교연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등 진보적 기독 단체들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먼저 열린 ‘평화를 염원하는 기독교 평화 토론회:표류하는 평화 이렇게 둘 것인가?’에서 세 명의 발제자는 모두 기도회, 평화, 부시 전 대통령이라는 세 가지가 융합될 수 있는가에 대해 논의했다.
노정선 연세대 신학과 교수는 “부시보다는 지미 카터가 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하는 것으로 입을 열었다. “(같은 미국 전 대통령이어도) 카터는 전쟁을 막는 사람이라면 부시는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이라는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어 노 교수는 “부시가 독실한 감리교 신자인 것은 맞지만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출정예배를 가졌을 때 미국 감리교 감독들에게 기도를 부탁했으나 모두 거부했다. 대신 감독 12명이 부시를 직접 만나 전쟁을 만류하려고 했지만 부시는 끝내 이들과 만나주지 않았다”고 상기시켰다.
김준우 전 감신대 교수는 “오늘날 한국 교회의 문제는 제국주의를 신봉하는 교회들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이 제국주의이므로 제국주의를 신봉하는 자는 예수의 제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부시를 초청해 기도회를 할 수는 있으나 ‘평화’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면서 “그 평화가 기독교의 ‘평화’, 예수의 ‘평화’와 관련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없다’고 답하겠다”고 일갈했다.
이은선 세종대 교수도 “부시는 21세기의 문을 ‘불의한 전쟁’으로 연 사람”이라면서 “평화의 사도로 부시를 초청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슬람 근본주의를 비판하곤 하는데 부시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어떻게 가능한가를 보여줬다”면서 “‘처음된 자가 나중된다’는 성경 말씀을 외면하고 ‘전쟁을 불사해서라도 처음된 자리를 지키겠다’는 사람들 때문에 근본주의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지는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16일 부시 전 대통령에게 발송했다는 서한 전문과 성명서가 공개됐다. 서한은 “우리는 당신과 같은 하나님을 믿는 한국의 기독교인들과 평화단체들입니다”라고 시작해 “우리는 귀하가 한반도 평화를 말할만한 적임자가 아니라고 믿습니다”, “귀하는 두 전쟁(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희생된 모든 분들과 그 가족들과 하나님 앞에서 눈물로 참회해야 합니다”, “부디 같은 하나님을 믿는 우리의 충심을 깊이 헤아리시어 이번 정치집회적 기도회 참석을 철회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성명서는 이번 집회 주최측에게 이 기도회를 통해 한국 교회의 전쟁 반대와 비폭력 지향성을 공고히 하고 한국 교회 이름으로 군축과 평화공존 실행을 요청하며, 앞으로 화해자 역할을 담당하겠다고 선언하라는 제안을 담고 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