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교회 건축 논란은 끝났는가
입력 2010-06-21 08:55
[미션라이프] 사랑의교회가 1년 동안 계속돼온 건축 타당성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사랑의교회는 20일 오후 5시 30분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앞 교회 부지에서 건축기공 헌신예배를 드렸다. 무더운 날씨에도 외빈과 교인 8000여명이 참석해 부지를 가득 메웠다. 특히 어린이들과 20~30대 젊은층도 눈에 많이 띄웠다. 참석자들의 말과 얼굴에선 역사적인 건축을 시작하는 감격과 감사가 넘쳐 보였다. 네 가족과 함께 예배에 참석한 안병우(38) 성도는 건축과 관련해 “감사한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다음세대를 위해 너무 잘 됐다”며 “지금까지도 건축에 잘 참여했지만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교계 안팎에서 제기돼온 건축에 대한 우려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순서자들의 발언에서다.
1983년 사랑의교회 처음 건축 때도 축사를 맡았다는 이동원 지구촌교회 목사는 "내가 축복해줘서 사랑의교회가 이렇게 잘됐다고 생각했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의교회 신축 부지가 법원 앞인 점을 들어 “법이 해결할 수 없는 범인들에게 진정한 사랑과 용서를 베푸는 교회로 서길 바란다”면서 “그럴 때 건축 초기에 많은 이들이 제기했던 우려가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증명하게 될 것”이라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홍정길 남서울은혜교회 목사는 “사랑의교회가 한국에서는 가장 사랑과 관심이 많은 교회다. 그렇기에 말도 많고 소문도 많았다”며 “앞으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려거든 사랑의교회를 보면 된다’는 말을 듣기 바란다”고 축사했다.
김성주 성주그룹 회장은 “모두가 불가능할 거라고 했다. 또 재벌교회가 생기겠구나 우려했다”며 “사랑의교회 건축은 양적 성장 아닌 질적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다. 너무 감격스럽다”고 밝혔다. 서초구가 지역구인 이혜훈 의원도 “(사랑의교회 건축 해결을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는데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우리가 과연 올바른 길로 가고 있나’ 고민했다”며 “지난주 오정현 목사님이 제게 전화를 해서 ‘이제 다 해결됐다’고 하셨을 때 우리가 잘못된 길로 가는 게 아니구나 확신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건축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발언은 오정현 목사의 설교에서도 이어졌다. 오 목사는 “남들은 다 ‘안된다’ ‘안된다’ 하는 상황에서 한 조각의 믿음을 가지고 이 자리까지 왔다”며 “하나님께서 이 한 조각 믿음을 통해 은혜의 장대비를 부어주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 건축은 우리가 잘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 하나님 나라,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한 건축”임을 강조했다.
건축 시작을 알리는 뜻깊은 이날 자리엔 옥한흠 원로목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 목사가 해명했다. “여기 오기 전에 원로목사님에게 전화드렸다. 목사님은 너무 오고싶었는데 몸이 안좋아서 못오셨다. 목사님은 ‘오 목사가 하는 말이 다 내 말이다’라고 하셨다. 그래도 다음 세대를 위해 한 말씀 해달라고 하니까 ‘하나님의 나라는 썩는 밀알을 통해 계승되는 거야’라고 하셨다.” 그러자 참석자들의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오 목사는 사랑의교회 건축과 관련한 3·5·7 비전을 설교에서 제시하기도 했다. 3년 내 글로벌 교회, 5년 내 중국 선교 감당, 7년 내 남북 통일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오 목사는 “앞으로 경인운하가 완공되면 중국의 성도들도 배 타고 와서 한국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돌아가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건축의 결정적 이유는 다음세대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랑의교회 건축에 의미를 부여하는 축사도 많았다. 덕 버셀 국제로잔대회 총무는 “하나님께서 사랑의교회를 축복하시는 이유는 서울의 축복이 되고, 대한민국이 축복이 될 뿐만 아니라 세계 열방을 축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진홍 두레교회 목사는 “사랑의교회가 불교의 불국사나 해인사, 천주교의 명동성당 같은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교회를 짓길 바란다”며 “한국 교회는 너무 말씀 중심이다 보니 문화에는 약했는데 사랑의교회가 한국 교회 전체를 대표한다는 그런 자부심과 긍지를 갖고 건축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성중 서초구청장은 목발을 한 채 단상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그는 “보시다시피 사랑의교회 건축 신경 쓰느라 인대가 늘어났다”며 “여기까지 오는 데 정말 어려웠다. 여러분의 노력과 기도로 이렇게 됐다”고 말했다.
사랑의교회는 지난해 6월 1일 수년간의 협상 과정 통해 부지 매입에 합의했다. 지난 1월 10일 열린 공동의회에선 성도들의 94%가 건축에 찬성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서초구청으로부터 건축허가를 받고, 20일 쌍용건설과 시공계약을 맺음으로써 사랑의교회 건축은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이것으로 사랑의교회 건축 논란은 끝난 것일까. 그동안 사랑의교회 건축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종합하면 건축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건축의 방향과 내용에 대한 애정 어린 조언으로 해석된다. 오 목사가 이날 설교에서 “앞으로 건축 끝날 때까지 주님의 주 되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한 것도 참여하는 성도들의 자세는 물론 이같은 건축의 내용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사랑의교회 신축공사는 앞으로 2년 반 동안 2100억원을 들여 7000여㎡에 지상 13층 지하 7층 규모로 세워진다. 이것이 진정 교계에서 우려하듯 사랑의교회만을 위한 건축이 될지 아니면 사랑의교회 안팎에서 기대하듯 한국 교회와 민족, 세계 열방을 위한 건축이 될지는 이제부터가 본격 시험무대인 셈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