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재앙’ 와중 요트경기 관전?… BP CEO 美청문회 직후 英서 휴가 보내다 도마에

입력 2010-06-20 19:45

미국 정부가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의 책임 당사자인 영국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CEO)에게 또 화가 났다.

헤이워드 CEO는 지난주 하원 청문회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자세로 일관, 미국 여론의 분노를 샀다. 그가 이번에는 청문회를 마치자마자 19일(현지시간) 영국으로 돌아가 한가하게 가족들과 함께 와이트섬에서 열린 요트 경기를 관전했다. 이 경기에는 70만 달러짜리 그의 요트 ‘밥(Bob)’이 출전했다.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은 이날 ABC방송 대담 프로그램 ‘디스 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헤이워드 CEO가 요트 경기를 관전했던 사실을 언급하면서 “계속 이어지는 실수 행진의 하나일 뿐”이라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BP는 아직도 엄청나게 뿜어져 나오는 원유의 구멍을 막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헤이워드 CEO 요트 관전 사실이 알려지자 루이지애나, 플로리다주 등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지역 주민들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공화당의 리처드 셸비 상원의원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헤이워드의 요트 경기 관전은 오만함의 극치”라며 “요트는 여기(멕시코만)에서 기름을 걷어내는 데 써야 한다”고 비난했다.

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찰리 크로닉은 “그의 행동은 모욕적이며, 원유 유출 사태로 피해를 본 이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이라고 AFP통신에 말했다.

문제가 커지자 BP는 헤이워드 CEO가 원유 유출 사태를 수습하느라 지난 두 달간 가족과 떨어져 있었고, 사태 발생 이후 이번이 첫 휴일이었다고 해명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