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유럽 비실비실… 남미 기세등등
입력 2010-06-21 01:24
‘남아공월드컵 우승은 남미팀?’
유럽의 축구 강국들이 약체로 평가되는 국가에 잇달아 발목을 잡히거나 무승부로 졸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거 제국주의 국가로 군림하던 아프리카 대륙에서 단단히 곤욕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반면 남미 국가들은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각 조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대회 2연패와 함께 통산 4회 우승에 도전하는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는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파라과이와의 1차전에서 1대 1로 비겼던 이탈리아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경기에서도 선제골을 허용하는 등 졸전 끝에 가까스로 뉴질랜드와 1대 1 무승부를 기록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 준우승팀인 A조 프랑스는 이번 대회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는 등 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 설상가상으로 니콜라 아넬카가 레몽 도메네크 감독에게 대들다 대표팀에서 퇴출된 데 이어 21일에는 선수단이 집단으로 훈련을 거부하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주장 파트리스 에브라는 이날 훈련에 앞서 대표팀 트레이너와 말다툼을 벌인 뒤 선수단 전체를 이끌고 버스에 올라타 훈련을 거부했다.
‘축구종가’ 잉글랜드도 19일 C조 최약체 알제리에 한 골도 넣지 못하고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미국에도 1대 1로 비겼던 잉글랜드는 조 3위로 처졌다. 16강에 가려면 23일 조 1위 슬로베니아를 꺾어야 한다.
통산 3회 우승에 빛나는 ‘전차군단’ 독일은 18일 밤 D조 세르비아전에서 0대 1로 졌다. 호주전에서 4골을 넣은 덕에 골득실에서 3골 차로 앞서지만 승점(3점)은 세르비아와 같다.
H조 ‘무적함대’ 스페인은 첫 경기에서 스위스에 0대 1로 져 공동 3위로 밀려났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뛰는 G조 포르투갈은 코트디부아르와 0대 0으로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반면 남미 국가들은 기세등등하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비롯한 5개국의 전체 중간 성적은 6승2무(승점 20점)다. 3승6무3패로 승점 15점에 그친 유럽 주요 7개국보다 우월한 성적이다. 총득점(14골)은 유럽 7개국(9골)보다 5골 더 많고, 골득실로는 8점이나 앞선다. 20일 열린 F조 경기에서도 파라과이가 슬로바키아를 2대 0으로 제압하며 남미 우위를 이어갔다.
이번 대회 전까지 1958년 스웨덴 대회(브라질 우승)와 2002년 한·일 대회(이상 브라질 우승)를 제외하고 개최 대륙에서 우승국이 나왔다. 남미와 유럽은 그동안 9차례씩 우승 트로피를 나눠가질 정도로 자존심 싸움을 벌여왔다. 전문가들은 초반 상승세를 감안하면 중립지역에서 열린 2002년 대회에 이어 아프리카 대륙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도 남미가 우승컵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