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북한 “44년전 패배 설욕한다… 포르투갈과 16강운명 걸린 일전”
입력 2010-06-20 19:18
‘반세기를 별러 왔다.’ ‘이변은 없다.’ 북한과 포르투갈이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서 재회했다.
북한은 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박두익(74)의 결승골로 이탈리아를 1대 0으로 꺾는 대파란을 일으켰지만, 4강 길목에서 ‘흑표범’ 에우제비우가 이끄는 포르투갈에 3대 5로 역전패해 주저앉았다. 북한은 전반 초중반 3골을 넣어 3-0으로 앞서가다가 거짓말처럼 내리 5골을 내줬다. 에우제비우에게만 4골을 헌납했다. 월드컵 역사에 북한은 이탈리아전을 통해 최대 이변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등장했지만 같은 대회 포르투갈전에서는 손꼽히는 명승부의 희생양으로 기록돼 있다.
얄궂게도 44년 만에 월드컵 본선 티켓을 거머쥔 북한을 가로막는 벽은 이번에도 포르투갈이다. 66년 포르투갈은 당대 최고 골잡이 에우제비우를 축으로 우승 전력을 갖췄었다. 현재는 세계 최고 윙포워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중심으로 월드컵 사냥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호날두의 컨디션 난조로 포르투갈은 코트디부아르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무승부 졸전을 펼쳤다. 게다가 포르투갈은 브라질과 조별리그 최종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포르투갈은 브라질과의 역대 전적 4승2무12패에서 나타나듯 ‘고양이 앞 쥐’ 신세였다. 북한전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북한은 66년 당시 ‘사다리전법’이라는 독특한 전술을 들고 나와 세계를 경악시켰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세계 최강 브라질과 1차전에서 강력한 수비전술과 날선 역습으로 큰 찬사를 받았다. 북한이 브라질 공격진을 끊임없이 막아내자 ‘양파수비’(수비벽을 돌파해도 양파처럼 수비수가 나온다는 의미)라는 별칭도 붙었다. 하지만 북한은 브라질에 1패를 안고 있어 포르투갈전에서 패하면 16강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진다. 북한은 브라질전과 마찬가지로 자기 진영에 9명을 포진시켜 상대 예봉을 꺾고, 역습을 시도해 득점을 노릴 전망이다. 승리가 필요한 만큼 브라질전보다 공격 비중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에우제비우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1차전(브라질전)에서 보여준 대로 약팀이 아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고, 북한과 함께 G조에 속한 코트디부아르의 스벤 예란 에릭손 감독도 “(북한이) 포르투갈에 이길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느 팀이든 패한다면 귀국 보따리를 미리 싸놔야 한다. 두 팀의 경기는 21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