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2년만에 위안화 절상 가시화… “관리변동환율제 복귀 통한 환율 유연성 확대”
입력 2010-06-20 21:24
중국이 19일 관리변동환율제 복귀를 선언했다. 이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2년 만에 사실상의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위안화를 절상시키겠다는 뜻이어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홈페이지를 통해 “위안화 환율 시스템을 한 단계 더 개혁해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인민은행 대변인은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환율변동폭의 경우 종전 은행 간 외환거래의 환율변동폭과 같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2005년 7월부터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해 위안화 환율 변동폭을 달러화에 대해 ±0.5%, 유로화 엔화 등 비달러화에 대해서는 ±0.3%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인 2008년 7월부터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6.82위안에 고정시켜 왔었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가치를 달러에 묶어둠으로써 글로벌 위기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받았지만 이제 중국의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발전 상황이 환율 유연성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면서 “이번 조치는 환율개혁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위안화가 연내 2∼3%가량 절상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일단 환영을 표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세계경제의 회복을 돕는 건설적인 조치로서 글로벌 무역 불균형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광열 주중 한국대사관 재경관은 이번 조치가 원화 등 아시아 통화들의 동반 절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위안화 절상이 예상대로 점진적으로, 소폭으로 이뤄질 경우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중국을 제외한 여타 국가에 대한 수출은 우리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회복될 수 있지만 절상 폭이 작으면 수출 확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가 미국과 중국 환율전쟁에서 외견상 미국이 승리를 거둔 것으로 해석했다. 미국은 자국의 무역적자 해소와 글로벌 무역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위안화 절상을 압박해 왔다. 특히 23∼2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불과 수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상황도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16일자로 G20 정상들에게 돌린 서한을 통해 중국에 막판까지 위안화 절상을 촉구했었다. 베이징의 에센스증권 애널리스트 가오 샨웬은 로이터통신에 “G20에서 환율 문제가 이슈화되려는 걸 막기 위해 중국으로서는 큰 양보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배병우 기자, 베이징=오종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