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창조냐 진화냐’ 논쟁 말고 과학과 적극 소통해야 고립 면해”

입력 2010-06-20 19:57

기독교인에게는 과학이 필요 없을까? 좋든 싫든 현대사회에선 과학 없이 살아갈 수 없다. ‘나로호’에서부터 월드컵 공식구 ‘자블라니’까지 첨단과학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종교인, 특히 개신교인은 여전히 과학과 불편한 관계 속에 있다.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김윤성 교수는 이에 대해 “개신교가 문자주의를 고집하며 과학과의 공존·대화를 거부한다면 현대사회의 ‘고립된 섬’이 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하며 과학과의 적극적 소통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김 교수는 19일 오후 서울 연지동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세계와기독교변혁연구소 주최 ‘2000년 기독교 새롭게 디자인하기’ 세미나에서 ‘현대 과학의 발전과 함께하는 새로운 기독교 모색’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그는 우선 과학에 대해 “인간이 이루어낸 산물들 중 가장 성공적이고 효과적인 것”이라고 평가하며 “멈추지 않는 궁금증, 이를 풀어가려는 진지함, 객관적으로 검증받으려는 성실성 등 여러 면에서 인류에게 값진 선물을 안겨주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기독교는 ‘진화냐 창조냐’는 논쟁에만 매달려 과학 전체를 공존 불가능한 적대적 존재로 취급해 왔으며 이런 경향은 특히 한국에서 두드러진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이런 극단적 태도는 반종교적 무신론 과학자들이 경전을 물리적으로만 해석해 오류를 지적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이와 같은 갈등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외부에 ‘기독교는 비과학적인 종교’라는 이미지를 준다고 우려했다.

과학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기독교는 문자주의를 버리고 소통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김 교수는 권고했다. 신학자와 종교학자, 과학자가 하나의 신학적 주제를 놓고 학술토론회를 벌이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면 대중도 과학과 신학 모두 진지하게 바라볼 것이라는 의견이다.

한편 비전문가를 초빙해 창조과학론과 지적설계론을 교인들에게 교육시키곤 하는 교회의 관행들은 재고돼야 한다고 김 교수는 주장했다. 세계의 과학 흐름과 점점 동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 교회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교과 내용을 부정하는 것은 혼란을 야기하므로 사전에 공교육 하에서의 과학 교육에 대한 입장과 원칙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전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