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임기 말에 외유성 출장이라니
입력 2010-06-20 17:54
이따금씩 일각에서 지방자치제 무용론이 제기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이 연루된 뇌물수수, 인사청탁, 이권개입 파문 등등…. 이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무분별한 해외 연수다. 선진 의회·행정 제도를 배운다거나, 복지·교통 시설을 둘러보려 한다는 등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해 혈세를 들여 외국에 나간 뒤 관광지에서 흥청망청 먹고 놀다온 경우가 종종 들통 나 물의를 일으키곤 했다.
제 버릇 남 못준다던가. 6·2 지방선거에서 떨어지거나 출마를 포기한 일부 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교육위원들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잇따라 외유성 출장에 나서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울시내 자치구를 비롯해 경기, 충북, 대전 등 전국적으로 두루 분포돼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명분, 그리고 대개 외국의 관광지 방문 일정이 포함돼 있는 점은 그전과 거의 똑같다.
불과 열흘 뒤면 배지를 떼야 할 사람들이 외국의 행정체계나 복지시설을 견학해 도대체 어디에 쓰려는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재선이나 3선에 실패해 속이 쓰리고, 아직 임기가 끝나지 않았으니 세금으로 외국 바람이나 쐬고 오자는 못된 심보가 발동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새 당선자를 배려해 자리를 비켜주려 외국으로 떠난다는 낙선자도 있다. 허나 굳이 외국으로까지 나갈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이 없다.
지방권력 이양기를 맞아 낙선자들은 지난 4년간의 활동을 회고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지역주민을 위한 예산을 개인 용돈 정도로 여기는 몰염치한 사람들이 있으니 할 말을 잃게 된다. 극소수이겠지만, 이들이 그동안 지역주민의 삶을 보살피는 기본적인 책무를 다 했을 리 만무하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물러나게 된 것 역시 자업자득이라 하겠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임기 말에 천박한 의식 수준을 그대로 드러낸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결코 지역주민을 대표할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다시는 이들을 뽑아줘선 안 된다. 새 당선자들은 이들이 보여준 도덕적 해이를 경계하고,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