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김명호] 알맹이 빠진 이란제재안 왜
입력 2010-06-20 21:42
미국이 강력하게 밀어붙여 이끌어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4차 대(對) 이란제재 결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적 성과다.
그런데 이 새로운 이란 제재가 실효성이 거의 없다는 시각들이 점차 미국 내에서도 많아지고 있다. 제재 내용 때문이다. 핵심 조치들은 해외의 이란은행 제재와 모든 관련 거래들에 대한 감시, 이란에 대한 무기금수 조치 연장, 금수물품 운반 의심 선박에 대한 공해 상에서의 검색 등이다. 제재 내용이 상당한 것 같지만 사실 이란이 가장 아프게 느낄 석유·가스 금수 조치가 빠졌다. 미국과 유럽은 이 조치를 강력히 요구했지만 에너지 부분은 결의 내용에서 삭제됐다. 중국과 러시아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은 핵개발 저지가 목적인 이란 제재가 목적을 달성하리라고 보는 사람은 백악관에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천안함 사태도 유엔 안보리에 상정돼 논의 중이다. 새로운 대북 결의안이 채택될지, 그보다 격이 낮은 의장성명이 나올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한국 정부 입장은 안보리의 결의나 성명 내용에 북한 공격행위를 규탄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 및 책임자 처벌이 들어가야 한다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한다. 안보리 논의라는 구조 속으로 들어가면 5개 상임이사국의 자국 이익과 세계 전략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주요한 결정을 앞두고 안보리 논의 과정에서 거부권을 가진 상임이사국들끼리 암묵적인 ‘거래’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안을 반대하지 않았으니, 다음 사안에 대해서는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자국에 중요한 결정을 의식해 미리 다른 이슈에 대해 의도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요청을 들어주면서 ‘한 건 봐줬으니, 다음번에는…’하는 식으로 분위기를 잡는다는 뜻이다.
중국은 이란 문제에 대해 막판에 사실상 미국 요구를 최소한 범위 내에서 들어줬다. 그 다음 사안, 즉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물밑 논의가 오갈까. 국제정치 현실에 따른 공허한 안보리 결정으로 끝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