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광풍 ‘단타 개미’들이 주도?

입력 2010-06-20 21:44


지난달 말 여의도 증권가는 투비소프트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한껏 들떴다. 2000년 창사 이래 줄곧 국내 기업용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해온 기업이라는 점,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는다는 점은 투자자 구미를 당겼다.

지난달 24~25일 뚜껑을 열자 시장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청약 경쟁률은 1259대 1. 올 들어 가장 높았다. 31억6000만원(39만5000주)을 공모하는 데 청약 증거금으로만 3978억원이 몰렸다.

공모가 8000원의 투비소프트는 상장 첫날인 지난 1일 1만6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해 상한가를 찍으며 1만8400원에 장을 마쳤다. 하지만 지난 17일 투비소프트는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주가가 9000원대로 급락했다. 전환우선주를 포함해 막대한 물량 폭탄이 주가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시장에서는 “수급에 문제가 있다. 공모주 청약에 들어왔던 돈들이 주가가 높게 형성되자 차익을 남기고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공모주 시장이 과열로 치닫고 있다. 청약 경쟁률 1000대 1을 넘기는 기업이 속출하는 등 그야말로 붐이다. 지난달 4일에 있었던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에서 19조8444억2240만원에 이르는 돈이 몰린 뒤로 공모주 시장은 뜨겁다 못해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 상장 이후부터 지난 11일 처음앤씨 공모주 청약까지 9차례 일반 공모주 청약에서 13조963억원에 이르는 시중자금이 쏟아져 들어왔다. 청약 증거금만 보면 만도(6조2067억원), 인피니트헬스케어(1조6291억원), KNDT(1조6200억원), 유비벨록스(1조3288억원)가 1조원을 넘겼다. 청약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긴 기업도 3곳이나 됐다.

돈이 몰리다 보니 기업이 희망하는 주당 가격(공모 희망가)을 웃도는 공모가격이 결정되고 있다. 관심을 모았던 삼성생명의 경우 공모가가 11만원이었으나 지난 18일 현재 10만1500원으로 하락하는 등 막상 증시에 상장된 뒤에는 매도물량 부담 등으로 주가가 공모가격 아래로 추락하기도 한다.

시장에서는 공모주 시장이 불붙은 이유로 금융시장 불안을 들고 있다. 풍부한 시중자금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모주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보다는 리스크(위험)가 낮으면서 적절한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사실상 마이너스인 은행 예금금리가 공모주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지난 4월 말 기준 1년 미만 정기예금의 수익률(세후)은 2.4%에 그쳤다. 같은 달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기 대비 3.6%인 점을 고려하면 돈을 맡겨봐야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이 때문에 ‘큰손’보다는 소액을 투자하는 ‘개미’들이 공모주 시장에 더 활발하게 뛰어들고 있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독특한 것이 최근 공모에 참여하는 사람을 보면 완전 초보가 아니다. 금리가 낮으니 은행에 돈을 넣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위험을 감수하고 주식에 투자하지도 못하는 중간층”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중을 떠도는 돈들이 ‘단타’ 투자수단으로 공모주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