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양보없는 ‘타임오프제’ 산업계 시한폭탄 되나
입력 2010-06-20 21:49
다음달 1일 타임오프제(근로시간면제) 시행을 앞두고 노사정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반발 속에 6·2 지방선거 승리로 탄력을 받은 야당도 노동법 재개정 촉구에 나섰다. 노동계는 대규모 집회와 함께 ‘파업’을 무기로 타임오프제 무력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기존 유급전임자를 그대로 유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규정, 엄정 대응하고 특히 타임오프 무력화를 위해 파업을 벌일 경우 파업 가담자에 대해 민·형사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재계는 타임오프 한도를 벗어난 임금·단체협약은 체결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타임오프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시행되면 유급전임자 수가 종전보다 대폭 줄게 된다. 회사가 임금을 주는 노조전임자 수를 정하고, 이외에는 원칙적으로 임금지급을 금지했기 때문. 특히 최근 노동부는 올 1월 1일 이전에 체결한 단협만 효력이 있다는 타임오프 매뉴얼을 배포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오는 23일 서울 도심에서 타임오프제 저지를 위한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고 20일 밝혔다. 민주노총은 타임오프 매뉴얼에 대한 헌법소원도 제기하기로 했다. 매뉴얼이 법적 구속력 없는 행정해석임에도 불구하고 타임오프를 적용받는 대상자와 업무, 사용인원 등을 제한하려는 의도를 담았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산별 금속노조도 21~30일 10만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다만 기아차, GM대우 등 완성차노조 참여 여부가 불투명해 총파업 규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미 일부 대형 사업장은 타임오프와 관련, 개별적인 파업수순을 밟고 있다. 기아차노조는 전임자 수 현행 유지 등을 담은 임·단협 교섭 자체를 사측이 거부하자 오는 24∼25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가기로 했다. 현재 노조 전임자가 181명인 기아차는 타임오프제가 도입될 경우 전임자 수를 10분의 1인 18명으로 줄여야 한다.
대우조선해양도 노조의 전임자 임금지급 요구를 사측이 거부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한화그룹 역시 전임자 대우 문제 등 쟁점을 놓고 노사간 힘겨루기에 들어갔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1~18일 새로 발생한 파업은 지난달(7건)보다 늘어난 10건이었다. 타임오프제 관련 갈등이 파업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한국노총은 사측이 기존 단협을 무시하고 노조법 개정을 이유로 전임자를 축소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지침을 배포했다. 지난 9일에는 부산에서 설명회를 열어 “6월 30일 이전 노동부가 고시한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는 단협을 체결하더라도 법령 위반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 홍영표, 이미경, 이찬열 의원 및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 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8일 기자회견에서 “노동부가 만든 타임오프 매뉴얼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며 “노동3권을 보장하는 노조법 재개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경총 등 재계는 타임오프제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며 회원사들의 실무협상 등을 측면 지원하고 있다. 경총은 지난 14일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 등 간부 3명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관철을 위한 부분파업 주도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경총은 또한 ‘위법·편법적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근절을 위한 지원반’을 설치, 사용자가 노조의 불법적 요구를 수용하지 않도록 지도할 방침이다.
정부도 금속노조의 총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키로 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법률에서 정한 한도를 초과해 전임자를 늘리거나 급여지급을 요구하는 쟁의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