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나이지리아전 열리는 ‘더반’은… 홍수환 챔피언 먹은 ‘약속의 땅’

입력 2010-06-20 18:29

한국-나이지리아의 남아공월드컵 B조 예선 3차전이 열리는 남아공의 더반. 한국 스포츠사는 36년 전인 1974년 7월 3일 한국의 한 복서가 세계챔피언에 오른 ‘약속의 땅’으로 기억하고 있다. 당시 군인신분이던 홍수환 일병은 더반에서 아놀드 테일러와 WBA밴텀급 타이틀매치를 가졌다. 당시 남아공하면 인종차별국 정도로만 알고 있던 머나먼 나라. 그만큼 홍 일병의 승산도 희박해 보였다.



그러나 홍수환은 1회부터 뜻밖의 다운을 빼앗는 등 모두 4차례의 다운을 뺏는 분전 끝에 15회 판정승을 거둔다. 한국 복싱선수로는 김기수 이후 두 번째 세계챔피언이자 해외원정에서 따낸 첫 세계챔피언이었다. 라디오 중계를 들으며 새벽잠을 설쳤던 한국 복싱팬들은 ‘월드컵 첫 승’에 버금가는 두근거림으로 하루를 보냈다. 경기 직후 홍수환이 어머니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눈 말, “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 “그래 대한국민 만세다”라는 통화내용은 오랫동안 국민들의 가슴속에 남았다.

당시 홍수환은 6번이나 비행기를 갈아타고 35시간 만에 더반에 도착했다고 한다. 상대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때마침 묵었던 호텔 사장이 소장하고 있던 테일러의 경기테이프를 분석해 상대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한다.

뜻밖의 응원단도 있었다. 더반에 정박했던 한국원양어선 선원들이 우연히 경기일정을 알아내곤 경기장을 찾았고 이들이 목 놓아 부른 애국가로 홍수환이 힘을 냈다고 한다.

더반은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지를 결정짓는 미래와 연관된 곳이기도 하다. 2011년 7월 6일 더반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3번째 도전장을 낸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가 결판난다. 평창이 두 번 연속 유치에 실패했기 때문에 더반 총회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한국스포츠의 과거와 미래가 있는 더반이 월드컵축구에서 ‘약속의 땅’이 될 수 있을까. 36년 전과 달리 고국에서 달려간 대규모 응원단도 있고, 상대 나이지리아에 대한 상세한 정보도 있다. 라디오를 들으며 집 안에서 성원하던 때와 달리 100만명이 넘는 대규모 거리 응원단이 12번째 선수로 함께 뛴다. 승리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서완석 부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