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4년만에 현직 대통령이 찾은 유엔묘역

입력 2010-06-20 17:54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8일 부산 대연동에 있는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선 1966년 고 박정희 대통령 참배 이후 44년 만이다. 이 대통령은 방명록에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치신 여러분을 우리는 영원히 잊지 않을 것입니다”는 글을 남겼다.



이 묘역엔 6·25전쟁 참전 용사 중 한국군 전사자 36명을 포함, 11개국 2300여명의 전사자 유해가 안장돼 있다. 6·25전쟁의 아픔이 고스란히 서린 곳이다. 그런데도 현직 대통령이 44년 만에야 이 묘역을 찾은 것은 만시지탄이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적 풍요에 젖어 한국을 위해 싸우다 전사한 이국 병사들의 고귀한 희생을 잊고 살았던 것이다.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못했다. 1950년 북한군의 기습남침으로 우리 국군은 참패를 거듭하며 낙동강 최후방어선까지 밀렸다.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졌을 때 유엔군 참전 21개국은 우리를 구하기 위해 감연히 전투병을 파견하고 의료지원단을 보냈다.

이들의 참전으로 전세는 역전됐고 중공군의 참전에도 불구하고 전선을 고착시킬 수 있었다. 지평리전투, 다부동 전투 등 숱한 전투에서 유엔군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이 땅을 위해 싸웠고 휴전 때까지 3년간 사망·실종자가 13만7000여명에 이르렀다. 이런 희생을 딛고 한국은 오늘날 당당한 자주국가요, 경제대국으로 일어설 수 있었다.

올해는 6·25전쟁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다. 6·25는 아직 끝난 전쟁이 아니다. 남북한은 여전히 정전 상태에 있고 무력충돌 위험은 상존한다. 최근의 천안함 폭침은 그 현실을 생생히 일깨워줬다. 안타까운 것은 전쟁 체험 세대는 점점 줄어드는 반면 젊은 세대는 6·25를 잊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60년 전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를 한국이란 나라를 위해 수많은 이국 청년들이 이 땅에서 피를 흘렸다. 우리는 이들의 숭고한 희생에 보답해야 한다. 그것은 다시는 6·25의 비극을 반복하지 않도록 안보태세를 강화하고, 세계 평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모범적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어가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