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60주년… 끝나지 않은 전쟁] 작은 치아·총탄자국 숟가락… 철원 금화지구 유해발굴 현장 르포

입력 2010-06-20 17:45


(4) 돌아오지 않은 그들

강원도 철원 금화지구 일대에서는 지난 14일부터 6·25 전사자 유해발굴작업이 실시되고 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집중적으로 작업을 벌이고 있는 곳은 중부전선 735고지. 1951년 이 고지를 중심으로 국군 2사단과 중공군 27군 80사단이 4차례나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망자만 1200명이 넘는다.

지난 16일 기자가 찾은 고지의 34곳에서 발굴이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1번 발굴지에서는 작은 치아와 M1 카빈소총 탄환이 발견됐다. 이용석 중령은 “치아 상태로 봐서는 상당히 어린 나이의 병사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바로 아래쪽 발굴지에서는 칫솔과, 야전용 반합통, 닳고 닳은 신발 한 짝, 턱뼈와 우측 발목뼈 등이 나왔다. 발굴단장 박신한 대령은 뼛조각이 발굴된 곳의 새까맣게 변해 버린 돌을 가리키며 “당시 105㎜포탄 공격을 받아 화염이 생겼고, 이곳을 지키던 병사는 턱부분에 심한 타격을 받고 전사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고지 중간 지점에 있는 한 발굴지에서는 발굴 병들이 섬세한 솔로 흙더미를 파내고 있었다. 얼마 전에는 작은 두개골을 찾았다. 이세환 병장은 “당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숨져간 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저몄다”면서 “발굴작업은 국가를 위한 희생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다시 한번 가르쳐줬다”고 했다. 이 병장은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에서 형질인류학을 공부하다 입대했다. 오는 24일 전역 예정인 그는 군 임무를 마치는 날까지 발굴작업을 계속하겠다며 휴가도 반납한 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 다른 발굴지에서는 총탄자국이 남아있는 구부러진 숟가락이 발견됐다. 미국을 가르키는 영문 ‘US’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남아 있는 숟가락이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병사들은 숟가락을 왼쪽 가슴 가까이에 있는 주머니에 꽂고 다녔다. 박 대령은 “가슴 쪽으로 날아든 총탄을 맞고 목숨을 잃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발굴된 유품 가운데는 미군이 쓰던 것들도 있다. 당시 우리나라가 제조한 군수 물자가 많지 않아 미군 용품을 많이 활용했기 때문이다.

2000년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된 유해발굴사업으로 지난해까지 총 4133구의 전사자 유해가 발굴됐고, 이 중 56명의 신원이 확인됐다. 신원 확인은 유품에 남아있는 군번 등을 통해 이뤄지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탓에 어려움도 적지 않다.

그래서 유전자 검사가 적극 이용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국군 2사단 소속의 고(故) 양손호 일병(당시 27세)이 유전자 검사를 통해 60년 만에 딸 양순희(60)씨를 만났다. 박 대령은 “매장 장소에 대한 자료가 제한되고, 당시 전투를 기억하는 생존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어 마음이 급하다”며 “전사자들이 모두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않는 한 6·25전쟁은 끝났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철원=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