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로 변신한 그룹 클래지콰이 호란… “가수로서의 ‘에고’ 버리려 노력했어요”
입력 2010-06-20 19:36
한국 드라마는 ‘생방송’에 가깝다. 방송 당일까지도 대본이 완성되지 않아 임시적으로 만들어낸 ‘쪽대본’에 의지하기 일쑤다. 그만큼 드라마 촬영장은 고된 행군의 연속인데 신인들은 더욱 혀를 내두게 된다.
18일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호란(31·본명 최수진)은 예상과 달리 생기 넘치는 얼굴이었다.그녀가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KBS 2TV 월화드라마 ‘국가가 부른다’(오후 9시55분) 촬영장도 긴박하게 돌아가기는 마찬가지일 텐데….
“알렉스(그룹 멤버)로부터 촬영장 분위기는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체력적인 측면에서는 안 힘들어요. 차에서 쪽잠자고 만날 밤새는 게 처음에는 힘들었는데 익숙해지니까 잘 맞아요. 오히려 현장에서 많이 배우면서 제가 에너지를 받는 것 같아요. 워낙 체력이 좋기도 해요.”
한번 시작한 일에는 100% 흡수되는 게 호란의 강점이다. 외고-명문대로 이어지는 엘리트 코스는 몰입의 결과물이다. 고등학교 때 입시에 몰입한 이 모범생은 대학 때 밴드 활동에 ‘올인’했다. 음악 동아리 방에 상주하며 귀가 헐토록 음반을 들었다. 그 뒤 가수(그룹 클래지콰이)-MC(tvN ‘리얼스토리 묘’)를 거쳐 연기자로 들어섰다. 옛사랑 고진혁(김상경)을 못 잊은 엘리트 정보요원 최은서가 그녀의 첫 배역이다.
“드라마 합류를 결정할 때 많이 배우고 야단맞을 각오를 했어요. 은서 역은 비중이 크고 너무 좋은 역할이에요. 이 역을 맡고 싶은 사람들이 많았을 거예요. 좋은 기회인만큼, 불평하지 않고 해내야지요. 연기하면서는 가수로서의 ‘에고(Ego)’를 버리려고 노력했어요.”
정보국 요원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국가가 부른다’는 스릴, 서스펜스, 로맨스, 코믹을 수시로 넘나든다. 등장인물들은 진지하게 마약 수사범을 쫓다가도 마주한 옛 사랑에 눈동자가 흔들리고, 마음이 저리다가도 황당한 상황에 웃음을 터트린다.
“감정 잡기가 진짜 힘들어요. 동료 배우 분들이 너무 재미있는 분들이어서 막 울면서 찍다가도 ‘컷’ 소리 나면 농담해요. 슛 들어가면 감정 빡 잡고 연기하다가 컷과 동시에 씨익 웃는데…. 역시 연기자는 연기자인 것 같아요.”
이제 29일 종영까지 4회가 남았다. 호란은 “음악 멤버들은 앨범 끝나면 헤어져도 다시 작업할 때 만날 수 있지만,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면서 “스텝과 배우들을 언제 볼지 모르고, 이제 은서는 다시 못 볼 것 같다. 이 곳에 더 있고 싶은데 시간이 너무 빨리 가버렸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