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생제도 소용없는 곰팡이성 축농증 주의

입력 2010-06-20 17:30


“훌쩍훌쩍 킁킁.”

한여름에도 누런 콧물을 달고 살도록 만드는 게 축농증이다. 흔히 축농증하면 잘 안 낫는 감기에 자주 걸리거나 알레르기성 비염, 비중격(좌우 콧구멍을 나누는 칸막이 벽)의 비뚤어짐 등으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콧속 곰팡이에 의해 생기는 ‘진균성 축농증’이 늘고 있어 주의가 요망된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코전문클리닉 이용배 원장은 “축농증 수술의 5% 정도가 곰팡이성 축농증에 의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요즘 증가 추세에 있다”면서 “진단 기술이 발달한 이유도 있지만 항생물질 사용 증가 등으로 곰팡이 감염 유발 요인이 많아진 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세균에 의한 만성 축농증은 어린이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는 반면 곰팡이성 축농증은 30대 이후, 특히 40∼60대 여성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증상은 일반 축농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코가 막히고 누런 콧물이 나며 코가 목 뒤로 넘어가기도 한다. 두통도 따른다. 대부분 한쪽 코에만 증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 곰팡이성 축농증은 항생제 치료나 코 세척 등 일반 축농증에 쓰이는 치료방법이 거의 효과가 없다. 때문에 정확한 원인을 알지 못하고 일반적 치료만 하다보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 원장은 “게다가 곰팡이성 축농증 중에서 코 이외 눈이나 혈관, 뇌 등 다른 부위로 곰팡이가 번져가는 ‘침습형’은 치사율이 30%를 넘는다. 만성질환으로만 알던 축농증이 때로는 아주 무서운 병이 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약물 치료를 오래 했는데도 차도가 전혀 없다면 곰팡이성을 의심해 봐야 한다.

진균성 축농증 치료는 콧구멍으로 내시경을 넣어 수술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다. 곰팡이성 축농증을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길은 없다. 다만, 40∼60대 여성의 경우 한쪽 코에서 지속적으로 누런 콧물이 나오거나 불편감이 있을 때는 방치하지 말고 서둘러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