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지저스 지저스’ 극단 미리암 어제와 오늘의 주역 강효성 지수원
입력 2010-06-20 21:13
미리암의 오른팔 못 되면 왼팔 돼서 섬기겠다
기독 연예인과 감독, 연출가, 작곡가, 디자이너, 무대미술가 등 기독 예술인으로 구성된 극단 미리암(대표 장옥희)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1990년 연예인교회(현 예능교회) 성가대를 중심으로 문화선교를 위해 창단된 미리암은 뮤지컬 ‘지저스 지저스’를 지속적으로 무대에 올려왔다. 윤복희 최선자 차인표 정영숙 곽은태 박철호 임병욱 씨 등 수많은 스타들이 함께했다. 출연진은 모두 자원봉사였다.
뮤지컬의 완성도도 해가 거듭될수록 높아졌다. 국립중앙극장 대극장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일본 등 굵직한 무대의 공연 횟수만 70여회에 육박한다. 교계뿐만 아니라 일반 공연계에서 걸작품으로 통한다.
극단에 참여하는 단원들은 모두 미리암으로 불린다. 미리암은 이스라엘 민족이 홍해를 건너자 노래와 춤으로 하나님을 찬양한 모세의 누이다. 극단 미리암의 어제와 오늘이 가장 잘 묻어나는 선후배 두 미리암 강효성과 지수원을 최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제겐 혼돈의 시간이었어요. 그게 축복인줄 알게 됐지만….” 강효성은 초창기 멤버로 97년까지 베다니 마리아 역을 맡았다. 이후 ‘강효성의 마리아 마리아’에 집중했다. ‘어제의 미리암’이다.
“그때는 극복할 일이 많았어요. 공연도 힘들었고 가난 등으로 삶의 우여곡절도 많았죠. 모든 상처와 아픔을 지저스 지저스 작품에 쏟아 붓게 하셨어요.” 강효성은 금세 눈물을 글썽였다.
“고난을 통해서 훈련시키신 거죠. 힘들수록 하나님은 ‘너를 선택했고, 너의 사역지는 여기다’라고 선명하게 말씀하셨어요.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사명에 대해서도 확신을 주셨지요.”
강효성은 5세 때 허리 아픈 할머니의 ‘지팡이’가 돼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내년 미국 유학을 다녀와서 교회, 교도소 등 ‘찾아가는 뮤지컬’로 헌신하겠다는 각오다.
‘찾아가는 공연’은 향후 극단 미리암의 방향과도 일치한다. 지저스 지저스는 워낙 대작이어서 대형극장이 아닌 교회 공연은 꿈도 못 꿨다.
“미리암의 방향을 놓고 오랫동안 함께 기도해 왔어요. 결론은 우리도 예수님처럼 갈릴리 마을로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지요. 앞으로는 교회에서도 지저스 지저스를 볼 수 있을 거예요.” 지수원은 2005년부터 우물가의 사마리아 여인을 맡고 있다. ‘현재의 미리암’이다.
지수원에게도 극단 미리암은 신앙 훈련의 장이었다. 그는 2003년부터 동생의 권유로 교회를 다녔다. 지수원은 “최근 ‘이해할 수 없는 하나님 사랑하기’란 책을 읽고 전율을 느꼈다”며 “나의 간절한 바람과 상관없이 ‘하나님의 참 되심을 믿습니다’는 저자의 고백이 나의 신앙고백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태신앙이 아닌 게 너무 속상하다”며 웃었다.
초창기부터 7년, 현재까지 5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물었다. 강효성은 93년 군부대 위문공연 때를 떠올렸다.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서 부대로 향하는 차 안에서 거의 쓰러져 있었어요. 같이 기도했죠. 그런데 공연이 시작되자 통증이 사라졌어요. 이게 뭘까. 너무 놀랐어요.”
미리암은 한동안 매달 논산훈련소 위문공연을 했다. 이때 결단한 장병들은 세례를 받았다. 이것이 지금도 이어져오는 논산훈련소 진중세례식이다.
지수원은 연습을 하다 ‘망가진 일’을 공개했다. “여럿이 함께 행진 연습을 했어요. 팔을 앞으로 뻗고 하는 건데, 제가 은혜받고 신이 났어요. 팔이 점점 올라간 거예요. 안무 선생님이 팔을 앞으로 내리라며 ‘지수원, 사선으로’ 외쳤는데….”
말을 이었다. “저는 팔을 사선으로 모아 ‘산’을 만든 거예요. 갑자기 사람들이 없어진 거예요. 다 웃겨서 쓰러져 있더라고요.”
한참을 웃던 강효성이 “지수원씨의 이런 점이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미리암이라는 자원봉사 단체에서 자신의 열정을 태운다는 것 자체가 많은 기독 연예인들에게 자극을 준다”고 말했다.
지수원은 “미리암을 통해 쓰임받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힘들 때 힘이 됐던 하나님이 관객들에게도 힘이 되길 바랄 뿐”이라며 “미리암의 오른팔이 못 되면 왼팔이 돼서 열심히 섬기겠다”고 했다.
강효성은 “20년 전 별과 달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꿈을 꿨다. 이를 통해 하나님이 미리암 사역을 기뻐하시는 줄 확신하게 됐다”며 “내 삶과 더불어 미리암을 주께서 어떻게 쓰실지 기대된다”고 했다.
오는 28일 오후 4시 강효성과 지수원을 비롯해 그동안 극단을 통해 활동했던 미리암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다. 극단 미리암은 이날 서울 대치동 동광교회에서 20주년 홈커밍데이 행사를 개최한다. 기념 예배와 사진전, 찬양콘서트 등 다양한 순서를 마련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