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도 자도 피곤하고 온 몸이 ‘욱신욱신’… ‘섬유근육통’ 스케나로 잡는다

입력 2010-06-20 17:28


항상 피곤하고 자고 일어나도 잔 것 같지 않다. 머리가 아프며 소화도 잘 안되고 변비도 간혹 있다. 그러나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면 특별한 이상이 없고 신경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가족들도 ‘꾀병’으로 치부하기 일쑤이다. 겉으로는 이상을 눈치챌만한 단서가 없으며 통증의 강도도 본인 외에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섬유근육통’이란 병에 관한 얘기다. 환자들은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탓으로 어떤 치료를 해도 효과를 느끼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이런 섬유근육통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신의료기술이 최근 국내에 등장, 관심을 끌고 있다.

류머티즘 전문병원 류우마네트워크 민도준 대표 원장은 20일 “러시아 우주인 치료에 사용돼 온 스케나(SKENA) 요법으로 난치성 섬유근육통 환자들을 치료해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스케나 요법이란 TV 리모컨만 한 크기의 작은 기계로 내부 장기 이상에 의해 유발되는 피부의 전기적 변화를 감지, 그 부위 신경에 미세 전기 생리 자극을 십수차례 반복해 자가 치유를 도모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이 치료법은 본래 구소련 시절 응급 상황 때 별다른 대책을 세우기 힘든 우주인들을 도울 목적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2000년대 초부터 뚜렷한 특효약이 없는 섬유근육통 치료에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속속 밝혀지면서 새로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섬유근육통은 한 마디로 특별한 외부 자극이 없는데도 온 몸이 쑤시고 아프며, 힘든 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늘 고되고 피곤함을 느끼는 병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모른다. 다만 호르몬·뇌 대사 작용의 이상, 면역학적 이상,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해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통증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은 반대로 감소해 사소한 자극이나 스트레스에도 통증을 심하게 느끼게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민 원장은 “특히 고부 및 부부 갈등, 직장 상사 또는 동료와의 갈등에 따른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쌓이면서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개 병명도 잘 모르고 치료해도 잘 낫지 않는다는 불안감 때문에 스트레스가 증폭되고, 이로 인해 온몸이 아픈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악순환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통증은 주로 근육과 뼈, 인대가 이어지는 부분에서 발생하며, 목과 어깨 쪽에서 시작돼 다른 부위로 퍼지는 특징이 있다. 우리 몸에는 모두 18군데의 압통점(지그시 누르면 아픔을 느끼는 곳)이 존재하는데, 섬유근육통 환자들은 이 압통점이 유별나게 발달해 있다.

수면장애도 섬유근육통 환자들이 흔히 겪는 증상이다. 특히 잠들기가 힘들고 자주 깨며, 이 때문에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렵다고 한다. 결국 환자들은 숙면을 취하지 못해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으며, 피로가 누적되기 마련. 그러나 환자들마다 개인차가 심하고, 워낙 다양한 증상을 나타내기 때문에 다른 통증 질환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주요 감별 대상 질환은 류머티즘성관절염과 근막동통증후군, 만성피로증후군 등이다.

이렇듯 여러 질환과 헛갈리기 쉽고 치료도 잘 안되는 섬유근육통에 대한 스케나 요법의 효과는 무려 90% 이상이다. 치료를 받을 때 특별한 통증이나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누구든지 부담 없이 시술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이 치료법의 장점이다. 또 섬유근육통뿐 아니라 관절염, 요통, 오십견 등의 근·골격계 통증 질환에도 대부분 적용이 가능하다.

문제는 치료 기간이 한 달 반 내지 두 달로 조금 길고 병원을 자주 방문해야 해 번거롭다는 점. 민 원장은 “뚜렷한 효과를 보기 위해선 주 2회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 한 번에 30∼40분씩 주기적으로 총 10∼15회 반복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스케나 요법은 현재 류우마네트워크 외에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신경외과)과 서울성모병원(가정의학과), 서울대병원(마취통증의학과), 건국대병원(류마티스내과) 등에서도 시술하고 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