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세계화… 국가주권도 위협

입력 2010-06-18 18:49


국경을 넘어 교류하는 것은 경제와 축구만이 아니다. 범죄도 세계화되면서 선거, 정치인, 군 같은 권력기관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17일 경고했다.

UNODC가 이날 발표한 ‘범죄의 세계화’ 보고서에 따르면 마약과 총기 밀매, 인신매매, 해적, 사이버 범죄 등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의 규모가 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마약=코카인의 경우 2008년 기준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320t, 금액으로는 720억 달러어치가 소비됐다. 반면 생산지인 안데스산맥 고원지대의 주민들이 코카인을 재배해 얻는 수익은 연 11억 달러에 불과하다. 98%가 넘는 막대한 차익은 유통 과정에 개입하는 범죄조직 차지다. 수요도 증가세다. 유럽의 코카인 중독자는 10년 새 2배로 늘었다.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헤로인은 대부분 아프가니스탄에서 재배돼 러시아와 서유럽에서 소비된다. 연간 550억 달러에 이르는 헤로인 무역은 아프간 테러조직의 자금줄이다.

◇인신매매와 무기 밀매=값싼 노동력이나 성노예로 팔려가는 인신매매는 137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전(全) 지구적 현상이다. 인신매매 희생자의 3분의 2가 여성이며, 이 중 79%가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다.

인신매매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은 유럽이다.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러시아 등의 여성들이 서유럽으로 팔려간 숫자는 매년 7만명, 성매매 규모는 30억 달러로 추산된다.

노동력의 불법 이민은 남미에서 북미로,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동남아에서 동북아로 진행된다. 반대로 총기류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이다. 매년 2000만 달러어치의 총이 미국에서 멕시코로 밀반출되고 있다.

◇한반도=한반도도 국제적 조직범죄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UNODC는 한국이 동남아와 아프리카에서 불법으로 사냥되는 야생동물을 사들이는 나라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과 인신매매 국가 목록, 짝퉁 명품 제조국 목록에도 한국의 이름이 올라 있다. 남북한의 막대한 중화학 무기 역시 무기 밀매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UNODC는 지적했다.

◇대책=국제적 조직범죄는 갈수록 세분화되고 있다. 마치 다국적기업이 세계 곳곳에 하도급 공장을 두고 직원을 줄이듯 범죄조직도 자신들의 몸집을 줄이는 대신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국제적 조직범죄에 대처하기가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소말리아 해적처럼 국가의 주권과 상관없이 활개 치는 범죄조직도 늘고 있다. 이들은 국제적인 규범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분쟁지역에 근거를 두고 있다.

안토니오 마리아 코스타 UNODC 사무국장은 “국제 조직범죄를 줄이기 위해선 국가 간 협력과 함께 국제적인 수사조직이 필요하다”며 “범죄의 세계화를 돕고 있는 변호사와 회계사 부동산중개사 은행가 등 화이트칼라 범죄자에 대한 단속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