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의원… “백악관이 200억 달러 강탈”
입력 2010-06-18 18:47
“백악관이 사기업으로부터 200억 달러(약 24조원)를 강탈했다.”
이 한마디로 미국 의회는 17일(현지시간) 종일 시끄러웠다. 공화당 조 바튼 의원이 멕시코만 원유 유출 석유회사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토니 헤이워드 최고경영자가 증인으로 참석한 하원 청문회에서 한 발언이었다.
바튼 의원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어제 백악관에서 있었던 일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백악관이 사기업을 흔들어 200억 달러를 강제로 편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BP 경영진과 3시간 넘게 백악관 면담 뒤 BP로부터 피해보상기금 200억 달러 출연을 확약한 것에 대한 공격이었다.
바튼 의원은 특히 200억 달러를 ‘매수자금’이라고까지 표현했다. 미국의 사법시스템에 의해 정당한 절차를 밟아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BP에 사과의 뜻도 밝혔다. 일부 공화당 중진의원들도 백악관이 사기업에 피해보상기금을 강제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동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유 유출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이 악화일로인 상황에서 이런 강성발언에 공화당 지도부조차 곤혹스러워했다.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공감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 “BP가 방제비용을 부담하는 데 동의했고 책임을 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불쾌해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진짜 수치스러운 건 멕시코만 일대 피해자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원유 유출 사고를 일으킨 대기업을 두둔하는 바튼 의원의 행동”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바튼 의원은 당내에서도 비난이 일자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BP에 책임이 있으며 보상을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180도 입장을 바꿨다. 그리고 발언도 취소했다.
바튼 의원은 텍사스주 출신으로 석유업계와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당파적 비영리단체인 책임정치센터(CRP)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그는 1989년 이후 지금까지 석유산업과 관련된 개인 및 단체로부터 144만7880달러를 기부금으로 받아 현역 하원의원 중 석유업계로부터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