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재정장관 잇단 물가상승 우려 표명… 8월 금리인상說 힘실린다

입력 2010-06-18 18:29


최근 들어 정부의 물가 상승 발언 강도가 세지고 있다. 물가 상승은 곧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을 높여준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정부가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이르면 8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소폭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 물가 상승 재차 언급 왜?=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올해 하반기 물가 상승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오프라인 신문 창간 9주년 기념조찬에서 “물가는 경기회복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갭(잠재성장률과 실제성장률의 차이)의 플러스 전환, 통화유통속도의 상승세 확대, 생산자 물가의 빠른 상승 등으로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4일 경제연구기관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물가 상승 압력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관리하겠다고 밝혔었다. 윤 장관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를 재차 표명한 것은 정부가 하반기에 금리 인상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그동안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으로 기준금리 인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이 같은 입장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김중수 한은 총재도 지난 10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예전과 달리 물가 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5월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1.3%, 4.6% 급등, 일정한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소비자물가는 1월 3.1%에서 2월 2.9%, 3∼5월 2.7%로 안정 기조를 이어왔으나 3분기 이후에는 다시 3%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힘 얻는 8월 기준금리 인상설=정부가 물가 상승을 거듭 언급하면서 출구전략 시행에 유연한 태도를 보임에 따라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한은의 발걸음도 가벼워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관심은 금리 인상 시기이다. 윤 장관은 적정한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경기회복 정도와 자산시장 동향, 물가 등을 종합 고려해 합리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2분기가 지난 이후 상반기 경제실적을 바탕으로 정책 조정을 검토한다는 게 정부의 원론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은이 3분기 중에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한은이 7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에 대해 좀 더 강한 신호를 주고 8월에 올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인상폭은 경기 상승 흐름을 꺾지 않도록 0.25% 포인트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연구원 장민 거시·국제금융실장은 “윤 장관이 대표적인 물가 불안 요인을 언급해 출구전략 방향을 제시해 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4분기 물가 상승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여 3분기에 한은이 선제적으로 정책 대응(금리 인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