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16강] 한국, 에니에아마 ‘거미손’ 뚫어라
입력 2010-06-18 18:16
나이지리아와의 B조 예선 3차전은 한국 대표팀의 운명을 가를 ‘단두대 매치’다. 진 팀은 보따리를 싸고 귀국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최강 멤버를 구축한 한국과 남아공이 홈구장이나 마찬가지인 아프리카 국가 나이지리아와의 대결을 예선 1·2차전 기록으로 분석했다.
나이지리아와 아르헨티나와의 예선 1차전. 나이지리아는 4-3-3 포메이션으로 나왔지만 사실상 수비적인 4-4-2 전형을 펼쳤다. 빅터 오빈나와 야쿠부 아이예그베니가 투 톱에 섰고, 윙으로 나섰던 치네두 오바시는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와 수비에 가담했다.
그러나 그리스와의 2차전에서는 공격적인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오빈나와 야쿠부가 최전방에 섰고 양 윙으로 나선 칼루 우체와 사니 카이타도 상대 문전까지 올라가며 공격적으로 플레이했다. 전술은 성공적이었다. 전반 15분 우체의 프리킥 골로 1대 0으로 앞서나가며 경기를 주도했다. 전반 36분 카이타가 악의적인 반칙으로 퇴장당하기 전까지 그리스를 압도했다.
2패를 안고 있는 나이지리아는 다득점 승리를 위해 3차전 한국과의 경기에서도 공격적인 4-4-2 전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전술의 핵심은 강인한 체력과 적절한 위치 선정이 요구되는 중앙 미드필더. 나이지리아는 루크먼 하루나와 딕슨 에투후를 내세워 중원을 장악했다.
하루나는 그리스전에서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43차례 패스를, 에투후는 37차례 패스를 뿌렸다. 또 각각 팀에서 2∼3번째로 많은 10.18㎞와 9.26㎞를 뛰며 중원을 휘저었다. 특히 에투후는 92%의 높은 패스성공률을, 하루나는 무려 8차례나 어태킹서드(attacking third) 지역으로 볼을 배급해 공격의 선봉장에 섰다.
나이지리아는 이 포메이션에서 경기장 왼쪽(19%)보다 오른쪽(29%)에서 공을 소유하는 비중이 높았다. 그 중심에는 러시아 CSKA 모스크바의 부동의 풀백 치디 오디아가 있었다. 오디아는 주전 풀백으로 뛰며 2006년 CSKA 모스크바의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과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전 진출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특히 8강전에서는 우승팀 인터밀란을 상대로 플레이하며 큰 경기 경험을 쌓았다.
나이지리아는 올해까지 그가 나섰던 12번의 월드컵 지역예선 경기에서 단 한번도 패하지 않았다. 27세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가 나이지리아팀의 리빌딩 중심이자 정신적 지주로 여겨지는 이유다. 오디아는 오른쪽 풀백으로 나선 그리스와의 경기에서도 팀에서 가장 많은 46번의 패스를 시도, 31번을 성공시켰다.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전체 경기 중 18%를 상대 진영에 머무르며 4차례 어태킹서드 지역을 돌파했다. 전체 활동량은 8.3㎞.
이번 대회 들어 두각을 나타낸 또 하나의 선수는 골키퍼 빈센트 에니에아마. 그는 아르헨티나전 6차례, 그리스전에서 8차례의 선방을 선보이며 나이지리아의 수호신으로 떠올랐다. 그를 뚫기 위해서는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6차례 슈팅 중 3차례 유효슈팅을 성공시킨 박주영의 부활이 절실하다. 또 한국팀에서 가장 많은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박지성, 이청용의 활발한 공격 침투도 필수적이다. 박지성은 1·2차전 3번의 슈팅이 모두 상대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슈팅이었고, 이청용도 4개의 슈팅 중 2차례가 유효슈팅이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