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무릎꿇은 프랑스, 멕시코에 0대 2 완패
입력 2010-06-18 18:11
지네딘 지단이 ‘아트 사커(art soccer)’의 주인공이 된 것은 프랑스의 탄탄한 조직력 덕분이었다. 마르셀 드사이와 리자라쥐, 로랑 블랑, 릴리앙 튀랑이 버틴 ‘철의 포백’과 수문장 바르테즈는 후방을 든든히 받쳤다. 데샹과 조르카예프 등은 결코 물러서지 않는 몸싸움과 투지로 중원을 버텨냈고, 공격 일선의 앙리와 트레제게는 상대 문전을 끝없이 위협했다.
지단은 조직적으로 완벽하게 구성된 팀의 지휘자였다. 환상적인 패스를 배급하며 공수를 조율했고, 때로는 직접 적진을 헤집는 해결사 역할까지 맡았다. 힘과 기술, 조직력이 어우러진 1998년 월드컵을 전후한 프랑스팀에 아트 사커란 이름이 붙여진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2010 남아공월드컵에 출전한 프랑스팀을 더 이상 아트 사커의 후예라고 부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프랑스는 18일(한국시간) 열린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0대 2로 완패했다.
에브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비달(바르셀로나), 갈라스와 사냐(이상 아스널)는 세계 최정상의 클럽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수비수들이지만 함께 나선 경기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리베리(바이에른 뮌헨)와 말루다(첼시)의 돌파는 외로웠고, 아넬카(첼시)와 디아비(아스널)는 고립되기 일쑤였다. 패스할 곳을 찾지 못한 프랑스 공격수들은 무리한 슈팅을 남발했다. 조직력이 사라진 프랑스는 2차전까지 경기를 마친 A·B조 8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한 골도 넣지 못한 팀이 됐다.
도메네크 감독은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고 승부욕조차 보여주지 못했다. 아트 사커를 지휘했던 ‘그라운드의 사령관’ 지단은 “도메네크는 감독도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1무1패를 기록 중인 프랑스에 남은 기회는 많지 않다. 개최국 남아공과의 마지막 대결에서 대량 득점하며 승리하는 게 마지막 카드다. 그러나 남아공에 승리한다 해도 나란히 1승1무를 기록 중인 우루과이와 멕시코의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면 짐을 싸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처럼 조별리그 3경기를 끝낸 후 집으로 돌아가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