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평론가 김현 20주기 심포지엄 열려
입력 2010-06-18 18:08
한국 문학비평의 새로운 지평을 연 문학평론가 김현(1942∼1990) 20주기를 맞아 그의 비평 세계를 조명하는 심포지엄이 18일 오후 서울 동교동 문지문화원 ‘사이’에서 열렸다.
‘말들의 풍경과 비평의 심연’이란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에서 박성창 서울대 교수(문학평론가)는 주제 발표를 통해 1962년 김현의 첫 평론집 출간 이후 10여년을 ‘김현 전기(前期) 비평시기’로 설정하고 “이 시기는 한국에서 비평을 한다는 것의 의미와 내용 그리고 태도를 규정하는 ‘한국 비평’의 가능성이 열린 시기”라고 평가했다.
김형중 조선대 교수는 “만약 4·19가 문학적으로도 혁명이었다면 이후 한국 문학에서 그러한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추적하는 것이 필요하고도 유효한 작업”이라며 “이른 시기 김현의 비평에서 그것이 종종 편린들처럼 발견된다”고 밝혔다. 한순미 전남대 교수는 “김현 비평 속의 ‘나’의 말들은 삶을 말하는 자리에서 작품을 분석하고 작품을 분석하는 자리에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다”고 지적했다.
주제 발표와 토론에 앞서 김현의 제자인 소설가 이인성씨는 고인과 주고받은 편지를 낭독하며 고인을 회고했다. 김현이 1977년 이씨에게 보낸 편지에는 ‘중요한 것은 산다는 것! 그리고 산다는 것이 작가에게는 말과의 싸움이라는 것(그 말 속에서는 말을 만들어낸 무수한 묘상이 내포되어 있을 것이오)을 깨닫는 일이 아닌가 하오’라는 글이 적혀 있다.
한편 김현의 고향인 전남 목포시는 올해 연말 개관을 목표로 김현문학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문학과지성사는 유족의 위임을 받아 수집한 김현에 대한 각종 자료와 그가 남긴 서신, 메모, 일기, 그림, 병상일지 등을 문학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